철새 도래지 출입 통제, 탐조·먹이주기 행사 등 취소… 관광상품 철새 특수 없어 지자체들 난감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철새가 조류인플루엔자(AI) 주 발병원으로 알려지면서 겨울철 인산인해를 이뤘던 철새 도래지에 탐조객을 비롯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고 있다. 특히 철새들이 많이 찾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며 유치 경쟁(?)도 불사했던 지역에선 철새 도래지에 출입이 통제되면서 AI 여파가 더욱 크다.
환경부는 전북 고창과 부안에서 발생한 AI가 철새에서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전국 철새도래지에 대한 야생조류 예찰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시민들의 방문을 자제토록 하고 있다.
환경부의 예찰 대상 주요 철새도래지는 전북 5것, 충청·전남· 경남 4곳, 경기 3곳, 강원·경북 1곳 등 총 22곳이다. 하지만 AI 확산을 배제할 수 없는만큼 각 지자체별로 철새도래지 및 주변지역 가금류 농가에 대한 방역작업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예년과 달리 철새 도래지를 찾는 일반인들의 발길이 줄고 철새 탐조투어, 먹이주기 등 지자체나 환경단체의 연례행사들도 잇달아 취소되고 있다. 관광상품화된 철새를 통해 겨울철 특수를 노린 일부 지자체들은 ‘우리 지역은 안전하다’고 대놓고 홍보할 수도 없어 울상을 짓고 있다.
인천 강화군은 최근 경관개선사업을 통해 일명 ‘철새 보러 가는 길’로 알려진 선두마을 나들길을 새단장했다. 약 3km에 달하는 이 길은 천연기념물인 저어새가 도래하고 세계 5대 강화 갯벌이 펼쳐진 곳으로 유명하다.
군은 잡초가 무성하고 눈, 비가 오면 질퍽거리던 길을 마사토흙다짐으로 바닥포장을 했고, 저어새 서식지가 잘 보이는 지점에는 망원경을 설치해 조망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주말이면 종종 철새를 보기 위해 이 곳을 찾던 외부인은 물론 마을 주민들조차 AI 여파로 출입을 꺼리면서 나들길 경관개선사업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평소같으면 철새를 볼 수 있는 선두마을 나들길 코스가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가 있었을 것”이라며 “경관개선사업으로 새 단장을 하고도 적극적으로 홍보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화군의 대표적 철새 도래지로 꼽히는 화도면 남단, 길상면 초지리, 삼산면 석모도, 장흥저수지 주변 등도 AI 유입을 염려해 외부인들의 발길이 뜸하기는 마찬가지다.
경기도 역시 AI 발병 확진 후 국가지정 4곳, 도 지정 12곳의 철새 도래지에 대해 방문을 자제토록 했으며 특히 파주 탄현, 여주 양화천, 안성 청미천, 김포 하성 등 국가지정 4곳에선 매년 열리던 철새 먹이주기 행사가 모두 취소됐다.
충청남도는 3대 철새 도래지인 서산 천수만, 서천 금강하구, 홍성 천수만 등 3곳의 탐조투어를 일시 중단한 상태다. 이들 3곳은 지난해 12월부터 매회 3차례씩 탐사투어를 진행해왔는데 하루평균 참여인원이 주말 기준 100여명에 달하며 호평을 받아왔다.
한편 군산, 서산시 등 그동안 철새들이 많이 찾아오고 보호하는 데 힘을 쏟았던 일부 지자체들은 AI 직격탄을 맞으면서 사태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
군산시는 금강습지공원 부근에 대나무 인공섬을 띄우고 먹이를 줘 새들이 안심하고 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왔고 서산시 역시 천수만 주변 들녘에 철새들의 먹이를 뿌려 놓으며 매년 겨울철 철새맞이에 바빴다.
이들 지자체 관계자는 “예년같으면 가창오리의 군무을 보러 전국 곳곳에서 찾아오곤 했는데 올해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며 “천수만 일대의 경우 특히 큰기러기, 노량부리저러새 등 멸종위기 철새들을 볼 수 있어 겨울방학을 맞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출입이 통제돼 아쉽다”고 말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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