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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외탈세 의혹으로 中 '정풍운동'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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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 지도부 친인척들에 대한 역외탈세 의혹이 제기되면서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며 정풍운동(당의 기풍을 바로 세우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현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춘제(春節·설 연휴)를 앞두고 호황을 누려야 할 일부 산업들이 정부의 정풍운동으로 직격탄을 맞은터라 최고지도부의 역외탈세 의혹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中 고위층 역외탈세 의혹 도마에=22일(현지시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2000년부터 조세회피처 법인 설립을 통해 중국에서 해외로 유출된 자산이 최소 1조달러, 최대 4조달러(약 4270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ICIJ는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를 포함, 세계 50여개 언론과 공동 취재한 보고서를 통해 3만7000여명의 중국인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시 주석의 매부 덩자구이(鄧家貴)가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등록된 부동산 개발회사 엑설런스 에포트의 지분 50%를 소유하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의 아들 원윈쑹(溫雲松)은 2006년 버진아일랜드의 회사 '트렌드 골드 컨설팅'의 임원이자 주주였고 원 전 총리의 사위 류춘항(劉春航) 역시 같은 곳에 회사를 세워 2004~2006년 임원 겸 주주로 활동했다고 폭로했다.

리펑(李鵬) 전 총리의 딸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조카, 덩샤오핑(鄧小平) 전 주석의 사위 등도 페이퍼컴퍼니 설립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푸청위(傅成玉) 중국석화(시노펙) 회장을 비롯, 중국 3대 석유 메이저 기업의 전·현직 임원 20명도 모두 30개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사실이 드러났다.


중국 정부는 이번 폭로에 대해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철저한 언론·인터넷 통제로 파장 축소에 힘쓰는 모습이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독자 입장에서 보면 보도 내용을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배후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중국 현지 언론들은 침묵했고 ICIJ를 비롯해 관련 내용을 볼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들은 모두 접속이 차단됐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간혹 관련 글이 올라왔지만 이 역시 곧바로 삭제됐다.


◆중국 곳곳은 정풍운동 직격탄=중국 지도부 친인척들의 역외탈세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등 서방국 주요 언론들은 정부의 부패, 사치 척결 강조로 일부 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중국의 현주소를 상세하게 보도하며 이번 사건의 파장이 상당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14일 열린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뼈를 깎아내고 손목을 잘라내는 장수의 용기를 갖고 당풍염정(黨風廉政·당의 기풍과 청렴한 정치)을 건설하고 반부패투쟁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21일 열린 '당의 군중노선교육실천활동 전개 회의'에서도 "당내 정치적 먼지를 제거하자"고 외쳤다.


이에 따라 춘제 연휴가 다가오고 있지만 각종 연회와 파티가 줄줄이 취소돼 문을 닫는 사교클럽들이 늘고 있다. 춘제 전에 선물용으로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던 고급 술은 진열장을 지키고 있어 올해 주류업계의 순익 감소를 예고하고 있다.


중국 부자들은 지난해 사치품 구입에 소비한 금액을 15%가량 줄인데 이어 또 올해 춘제 연휴에도 고가 선물 구입을 망설이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번 춘제 연휴에 5000위안 이상의 고가 선물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답한 부자가 전년보다 25%나 감소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 명품 시장이 춘제 특수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면서 마카오 카지노, 고급 레스토랑, 명품시계 업계가 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가 새해를 맞아 국유은행과 공기업들에 고객 선물용 달력 배포를 하지 말라고 요구하자 달력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상하이시에서 오랫동안 공기업들을 상대로 달력 제조업을 해왔던 리전 MSCG 대표(42)는 "오랫동안 거래해왔던 기업들이 줄줄이 달력 주문을 취소하면서 창고에는 17만달러 상당의 달력이 폐기처분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정부 기관과 공기업 임직원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아 장기간 호황을 누려온 고급 호텔업계도 된서리다. 중국의 5성급 이상 고급 호텔들은 정부의 공금남용 단속과 공직기강 확립의 영향으로 매출이 급감했다. 이에 따라 호텔 등급을 낮추거나 이용료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자구책 마련에 나서는 실정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50여개 5성급 호텔이 호텔협회에 등급 하향조정 신청을 했으며 이미 5성 등급 평가 신청을 계획했던 많은 호텔들도 서둘러 등급 평가를 보류하고 있다. 5성급 심사신청 건수가 평년보다 80% 이상 급감했다,


아예 호텔 사업을 접고 용도를 변경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상하이의 유명 5성급 호텔인 JC만다린호텔은 최근 호텔 사업을 접었다. 이 호텔은 사무용 빌딩으로 개조될 예정이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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