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지난해 한국은행이 신규 발행한 화폐 가운데 5만원권 비중이 금액 기준으로 90%에 육박했다. 신규 발행 화폐 규모는 9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6일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해 말 기준 화폐 발행 잔액은 63조3659억원으로, 2012년 연말보다 9조315억원(16.6%) 늘었다.
연간 신규 발행 화폐 규모가 9조원을 웃도는 건 처음이다. 종전 최대치는 1999년 기록한 6조6393억원이었다.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뒤 경기 살리기에 부심하던 때다. 두 번째로 발행 규모가 컸던 해는 금융위기 여파로 실물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2009년(6조5879억원)이었다.
금융위기 이후 시중 유동성을 크게 늘렸던 한은은 이듬해인 2010년 신규 화폐 발행 규모를 5조원대로 줄였다. 2010년 신규 발행 화폐 규모는 5조9609억원, 2011년은 5조3504억원, 2012년은 5조6768억원으로 줄곧 5조원대에 머물렀다.
이런 흐름을 고려하면 2013년의 신규 발행 화폐 증가폭은 이례적으로 높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시중에 풀리는 돈이 자연스럽게 늘어나지만, 지난해 연간 증가율은 16.6%에 다다라 2009년(21.4%) 이후 가장 높았다.
한은은 지난해 새로 찍어낸 돈이 크게 늘어난 데에 5만원권 수요가 큰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5만원권 발행잔액은 40조6812억원으로 1년만에 7조9147억원(24.2%)어치 늘었다. 지난해 신규 발행 화폐의 88%가 5만원권이었다는 얘기다.
5만원권 수요 증가세를 두곤 해석이 분분하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천명한 정부가 강력한 세금 추징에 나서면서 개인 금고에 쌓이는 5만원권이 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정확한 인과관계를 규명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5만원권에 이어 두 번째로 발행 규모가 컸던 건 5000원권(증가율 8.0%·877억원)이었다. 1만원권 발행 규모는 (5.4%·9121억원) 세 번째로 컸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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