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장관 디 빌트지 인터뷰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군대를 좀 더 가족 친화형으로 만들겠다.”
가족과 격리된 생활을 하는 군부대를 가족친화형으로 만든다는 발언은 페미니스트의 목소리 같지만 아니다. 바로 독일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인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장관(55.이하 폰 데어 라이엔.사진위 )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폰 데어 라이엔 장관은 12일 독일 신문인 ‘빌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군대가 파트 타임으로 일하고 육아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해 좀 더 가족 친화형 군대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독일 북부의 니더작센주의 기독민주당 장관을 역임한 에른스트 알브레히트의 딸인 그녀는 의대 교수로 일하다 정치에 입문했고 7자녀를 둔 폰데어라이엔은 군대와 무관한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그녀는 메르켈 1기 정부에서 2005년11월부터 만 4년간 가정여성부 장관을 역임하고 곧이어 메르켈 2기 정부에서 지난해 12월까지 노동사회부 장관을 역임한 터라 군대라는 직업과 가정의 병립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장관이다.
그녀 부부는 7남매를 뒀지만 남편이 애들을 돌보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쓰는데 라이엔은 워킹맘들이 육아와 직장 내 경력을 함께 잡을 수 있도록 더 많은 남편들의 사례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야당의 아이디어라도 적극 채택해 개혁정책에 반영하는 장관을 호평을 받은 인물이다. 그녀는 노동부 장관시절 아버지에게도 2개월 양육 유급휴가를 주는 등 저출산 해결사임을 자임했고 당론에 반대해 최저임금 제도 도입을 지지해 메르켈 총리와 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내 목표는 독일 육군을 독일에서 가장 매력있는 고용주 중의 하나로 만드는 것”이라면서 “그럴 때 가장 중요한 이슈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고 강조했다.
폰 데어 라이엔 장관이 군을 가족 친화형으로 만드려는 것은 독일군이 현재 개혁을 추진하느라 몸살을 앓고 있고 군을 떠나는 우수한 인력이 많은 데 다른 것이다. 독일군은 지난 2011년 징병제 폐지로 병력이 18만5000명으로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독일에서 출산율을 높이고 여성을 일터로 더 많이 끌어내기 위해 가정 생활과 일을 더욱 잘 조화시키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서 나왔다는 점에서 독일 언론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 소속 마누엘 슈베지히 여성 가정부 장관(39.여)은 지난 10일 3세 미만의 아이를 둔 부모를 위해 임금삭감없이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주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20% 감축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사민당과 대연정을 운영하는 중도 보수성향의 기독교민주당(CDU) 소속 의원들은 “납세자 부담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반대하고 있지만 라이엔 장관의 우군이 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메르켈 총리를 이를 차기 여성 총리로 거명되고 있는 폰 데어 라이엔 장관은 크리스마스 직전인 지난달 23일 아프가니스탄 주둔 독일 군 부대를 발 빠르게 방문해 군을 보듬었다.
그녀가 생각중인 개혁안은 초과근무를 줄여 군인들이 어린 자녀는 노부모를 돌보게 하는 것이나 고2~3년마다 자리를 바꾸는 병사들 전근시스템의 검토 등도 포함돼 있다. 폰 데어 라이엔 장관은 “군에서 경력이 항상 근무하고 몇 년마다 이동하는 규칙만이어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그는 “육아 혜택 확대가 검토중인 가장 첫 번째 조치가 될 것”이라면서 “군 전체에 유연 육아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군 탁아시설이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일과시간 전후 과외시간 육아혜택을 줘야 한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어서 향후 독일 정부가 내놓을 정책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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