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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뛰는 수출한국] 전자 韓流 여는 '하늘 실크로드' 동행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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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하늘 물류 대동맥 따라 1만9435㎞ 날다

[다시뛰는 수출한국] 전자 韓流 여는 '하늘 실크로드' 동행해보니 지난 24일 우리나라와 동남아 등지에서 인천국제공항에 들어 온 화물이 대한항공 소속 KE527편에 실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KE527편은 40시간 비행하며 유럽 곳곳에 우리나라 전자제품 등을 전달하고 유럽산 명품, 인도산 의류, 한국 기업의 해외법인에서 제작한 선박 부품 등을 싣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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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지난 24일 찾은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은 지게차들의 갈라쇼가 한창이었다. 바닥에 레일이 깔린 듯 수출, 수입, 통과 화물을 분리해냈다.
연말연시 실적 확보를 위한 기업 화물과 블랙 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으로 겹겹히 쌓인 화물들은 이들의 예술적 움직임에 제자리를 찾았다.

"주중에는 토요일, 일요일이 가장 바쁘고 연중에는 연말이 가장 바쁘다. 저녁 10시 화물기 출발시간에 맞추기 위해 4시까지만 화물을 접수받고 화물기에 싣는다."


[다시뛰는 수출한국] 전자 韓流 여는 '하늘 실크로드' 동행해보니 화물터미널에서 갈라쇼가 한창인 지게차들.

손주희 대한항공 화물본부 직원은 이같이 설명했다. 화물기에 싣는 짐도 순서가 있었다. 화물칸 앞부터 끝까지 무게가 균등해야 한다. 화물기 이착륙시 뒤로 쳐지거나 앞으로 기우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비닐로 래핑했을 때의 모양은 지붕이 아치형인 화물칸 구조와도 맞아야 한다. 베트남서 넘어온 삼성전자의 휴대폰이나 국내서 생산된 TV 등 전자제품류 등과 X-RAY장비류, 고무제품, 의류와 잡화류, 파이프 장비 등이 장인의 손길을 거쳐 아치형 조각작품으로 래핑됐다.


20여대의 대한항공 소속 화물기들은 주기장에서 화물을 받았다. 기자는 KE527편(B777F)에 몸을 실었다. 화물은 화물칸 바닥에 깔린 레일을 따라 차례로 제자리를 찾았다. 무게와 부피, 모양에 따라 팔레트가 화물칸에 고정되면서 팔레트와 팔레트간 미로가 형성됐다.


미로를 따라 제복을 입은 사람이 이리저리 화물을 살폈다. 그는 화물기의 기장이다. 그는 화학약품과 같은 위험 화물과 꽃, 강아지 등 특별히 온도 체크가 필요한 화물, 반도체 등 온도조절 및 파손 주의 화물을 일일이 체크했다. 아리따운 미소로 승무원들이 승객을 맞는다면 기장은 묵묵히 화물의 안전을 살폈다.


'하늘 실크로드'의 탐사 시작은 하나의 생명체처럼 유기적인 준비작업을 마쳐야만 시작됐다.


[다시뛰는 수출한국] 전자 韓流 여는 '하늘 실크로드' 동행해보니 김영철 기장(왼쪽)과 김영훈 부기장(오른쪽)은 이날 대한항공의 명품 화물여행을 책임졌다. 이들 외에도 이기수 기장과 타무라 히토시 부기장, 로버트 헐(Hull robert gary)기장과 원지훈 부기장 등이 교대됐다.

조종석 앞 계기판에는 하늘에 보이지 않던 실크로드의 경로가 정해졌다. 비행시간 30시간45분, 공항 계류 시간 포함 약 40시간의 화물 여행은 인천-나보이(우즈베키스탄)-브러셀즈(벨기에)-밀라노(이탈리아)-나보이-인천으로 이어졌다. 총 1만9435㎞의 하늘 길이었다.


하늘 실크로드의 출발은 기장과 부기장간 긴밀한 공조에서 시작됐다.


"대한항공 14년간 무사고의 비결은 바로 '공조(CRM)'다. 기장과 부기장이 서로의 눈과 귀가 되기 위해 서로 노력해야 한다."


이륙을 마친 37년 경력 김영철 기장의 설명이다. 김 기장은 난기류를 만나자 물 흐르듯 고도를 올렸다. 김영훈 부기장은 "승객(화물)들이 불편할 수 있으니 안정적인 고도를 찾아나서는 것"이라며 "연료 절감의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시뛰는 수출한국] 전자 韓流 여는 '하늘 실크로드' 동행해보니 화물기에는 승무원이 없다. 조종사들은 정해진 시간을 운전한 뒤 교대한 후 쉰다. 공항에 내리면 교대할 인원이 화물기에 탑승하고 운항을 마친 조종사들은 호텔로 들어간다. "쉬는 것도 일 중 하나"라는 게 김영훈 부기장의 명언.

화물기에는 운항 중인 2명의 파일럿 외에도 교체 파일럿 2명이 더 있다. 이들은 본인의 차례가 올 때까지 벙커(수면실)에서 잠들었다. 기자만이 홀로 기내식과 음료를 취식하며 방황해야 했다. 총 40여 시간의 비행이 지속되는 동안 왕성한 식욕으로 8끼의 기내식을 해치웠다. 기내식은 신선했다.


7시간30분을 날아 나보이에 도착할 때쯤 벙커 안에 있던 이기수 기장과 타무라 히토시(Tamura hitoshi)부기장이 조종간을 잡았다. 국적은 달랐지만 기장과 부기장간의 비밀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나보이에 도착하자, 화물과 화물간 신속한 교체가 이뤄졌다. 한국산 전자제품들이 화물기에서 내렸다. 전자제품은 우즈베키스탄항공 소속 화물기를 타고 두바이나 인도 델리로 향한다. 두바이로 간 전자제품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등지와 우즈벡을 포함한 동유럽에 다시 뿌려진다. 전자 한류의 시작이 화물기에서 비롯되는 셈이다.


한국GM 부천공장에서 만들어진 자동차 부품들도 나보이에서 내려 'GM우즈'공장(안디잔)으로 전달됐다. GM우즈는 한국산 자동차 부품을 바탕으로 우즈벡 국민차 중 하나인 다마스를 생산하고 있다.


나보이 화물공항은 우즈벡 정부가 경제 특구 조성을 위해 대한항공에 위탁 경영을 맡긴 화물 집약지다. 대한항공은 2008년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요청에 따라 2009년부터 나보이 공항을 위탁 경영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와 유럽, 동유럽 등 여러 국가와 국경을 맞댄 지리적 이점을 배경으로 물류를 한군데로 모아 주변으로 다시 내보내는 '허브 앤드 스포크(Hub and Spoke)'공항 역할을 맡고 있다.


박병렬 나보이공항장은 "우즈벡내 11개 공항 중에서 가장 큰 화물공항이며 인천에서는 한 주에 총 7편이 나보이를 향해 날아온다"며 "외항사의 화물 노선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나보이에서 적재를 마친 화물기는 벨기에 브러셀즈(브루셀)로 향했다. 브러셀즈로 향하는 길 조종사들이 쉬는 벙커에 잠시 누웠다 잠들었다. 1시간여를 잤을까 건조한 공기에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조종사들에게 휴식이란 그리 달콤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브러셀즈에 착륙을 마치자 일출이 조종석을 불게 물들였다. 각각 7시간 가량의 비행을 마친 조종사들은 휴식을 위해 이곳에서 교체됐다.


16여시간만에 땅을 밟은 이기수 기장은 "이렇게 걸어가는 것도 안전하게 운항한 뒤 맛보는 꿀 같은 즐거움"이라며 "하루 중 가장 보람찬 순간"이라고 말했다.


따스한 햇볕을 맞으며 한국산 전자제품과 의류가 화물터미널로 향했다. 대신 벨기에의 특산물인 초코렛류와 과일 등 식료품이 실렸다. 이어 두산인프라코어 벨기에 생산법인에서 만든 선박 부품도 실렸다. 한국으로 들어갈 부품들이다.


황형선 벨기에&룩셈부르크 지점장은 "콤프레셔, 선박 부품 등 크고 무거운 화물들과 함께 화이저, 글락소 등의 의약품 등이 실린다"고 말했다.


1시간20분여 비행이 다시 이어진 뒤 밀라노에 내렸다. 밀라노에서도 전자제품과 의류가 내려졌다. 대신 한국 등지에서 판매될 의류, 잡화, 화장품 등이 실렸다. 소위 명품들이다. 수제 명품차인 람보르기니, 페라리, 마세라티 등도 자리를 차지했다.


[다시뛰는 수출한국] 전자 韓流 여는 '하늘 실크로드' 동행해보니 나보이 공항에 닿은 KE527편.

고승현 밀라노 지점장은 "국내 명품 소비가 많아짐에 따라 명품 화물이 화물기를 통해 한국에 전해진다"며 "최근에는 중국내 명품 소비가 많아짐에 따라 한국을 통해 중국에 전해지는 명품 화물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명품항공사라는 명성에 걸맞게 화물서비스도 명품이다. 스포츠카는 신주단지 모시듯 옮겨져 화물칸 내 한 자리를 차지했다. 다른 잡화들도 흠집이라도 날까 만전을 기해 화물기에 실렸다.


밀라노에서 다시 나보이로 향한 화물기는 인도 델리, 다카 등지에서 올라온 의류 45톤을 실었다. 어느새 화물칸에는 인천에서 적재한 화물이 모두 사라졌다. 대신 유럽과 중동,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실린 각종 물품이 가득했다.

[다시뛰는 수출한국] 전자 韓流 여는 '하늘 실크로드' 동행해보니 브러셀즈에서 잡힌 명장면. 20여시간의 비행을 무사히 마친 대한항공 소속 화물기가 열기를 식히는 듯 하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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