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반정부 퇴진 시위에 직면한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가 25일 군인과 학계, 경제계 등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독립 개혁위원회를 제안했다.
잉락 총리는 이날 TV방송을 통해 "내년 2월 총선에 차질을 빚지 않고서도 이 같은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이 위원회는 선거 후 군대와 재계, 학계 등의 지도자 499명을 뽑아 개혁위원회를 구성하며, 이들이 헌법 개정과 부정부패 해결, 선거법 개정 등을 도맡도록 하자고 잉락 총리는 제안했다.
이번 제안은 수텝 타웅 수반 전 부총리가 이끄는 반정부 시위대의 요구 사항인 선거를 하지 않고 각계 대표 400명으로 이루어진 국민회의를 구성하자는 주장과 비슷하다.
그러나 반정부 시위대는 개혁위원회 제안을 즉각 거절했다.
반정부 시위대 측은 개혁위원회에 잉락 총리가 개입할 것이 분명하다며 총리가 권력을 유지하고 조기 총선을 예정대로 진행하기 위해 내놓는 제안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잉락이 퇴진요구를 모면하기 위해 이 같은 제안을 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잉락 총리는 반정부 시위대에 화해의 손짓을 내보이는 동시에 보안법 연장이라는 강경책도 꺼내 들었다.
태국 내각은 이날 방콕 전역과 인근 지역에 내려진 국내보안법(ISA)을 60일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안법이 시행되면 경찰이 치안 유지를 위해 집회 및 시위 금지, 도로 봉쇄, 교통 통제, 통금 등을 실시할 수 있다.
지난 8월부터는 정부 건물이 밀집된 방콕 중심가 3곳에서 보안법이 발동됐으며, 지난달 26일부터는 방콕 전역과 인근 지역에도 이 법이 적용됐다.
태국 정부가 보안법 연장을 결정한 것은 22일부터 방콕에서 15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총리 퇴진과 조기 총선 보이콧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재개됐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특히 총선 후보자 등록을 막으려고 등록 업무가 이뤄지는 경기장 입구를 막아서기도 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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