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남수단에 파견된 한빛부대가 일본 자위대로부터 실탄을 지원받은 것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빛부대가 고조되고 있는 남수단의 내전 위기에 대응해 유엔을 통해 취한 조치지만 한일 군사협력문제와 일본의 정치적 움직임에 대한 반발이 작용한 셈이다.
한빛부대는 내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남수단 상황을 감안, 21일(현지시간) 예비탄약 확보를 위해 남수단임무단(UNMISS) 본부에 탄약지원을 요청, 일본의 육상자위대로부터 5.56㎜ 소총 실탄 1만발을 지원받았다. 일본군에 탄약 지원을 요청한 것이 아니라 유엔 예하 부대끼리 탄약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한빛부대장도 합동참모본부에 현지 일본 및 미국 부대로부터 탄약 지원을 받게 됐다는 사실을 보고했고, 이 사실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 주재로 22일 열린 한빛부대 상황평가 회의에서도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한빛부대가 예비탄약을 부족하게 준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인생을 살면서 확률이 1%인 상황도 있고, 0.1%일때도 있는데 어떻게 다 대비하면서 사느냐"며 "상황이 발생하면 보충할 수 있는 방법은 항상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논란은 커지고 있다. 상호군수지원협정이 체결되지도 않은 일본 측으로부터 탄약을 지원받아 일본이 집단자위권 추구 명분으로 내세우는 '적극적 평화주의' 논리를 우리 측이 도와준 셈이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상호군수지원협정이 없는 일본에 지원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목적자체가 평화유지활동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와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전날 밤 관방장관 담화에서 "국제 협조주의에 기초한 적극적 평화주의 아래 국제 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더욱 공헌해 나간다"는 문구를 포함, 이번 탄약 지원을 자신들의 새 안보 이념인 '적극적 평화주의'로까지 연결지었다. 이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요시다 다다토모(吉田忠智) 사민당 당수는 "(안보 영역에서의) 문민 통제가 형해화하고 있다"고 말했고, 이치다 다다요시(市田忠義) 공산당 서기국장은 "무기수출 3원칙에 명백히 위배된다"며 "집단 자위권 용인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우편향 노선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추구하면서 가장 크게 앞세운 논리가 유엔평화유지군(PKO) 활동 도중 우방이 위험에 처했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우리가 사상 첫 케이스가 돼버렸다"는 지적이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