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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퍼링보다 엔저가 한국경제에 치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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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으로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달러·엔 환율이 104엔 선을 상향 돌파했다.


엔저는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보다 한국 경제엔 더 치명적이다. 엔화 약세가 미치는 영향은 주식시장뿐 아니라 실물경기까지 전 방위적이기 때문이다. 양적완화 축소는 한국과 같은 신흥시장엔 오히려 자금이 몰리는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엔저는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즉각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태국장 내정자가 최근 "테이퍼링의 긍정적인 효과를 아베노믹스가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당국도 양적완화보다는 엔화 약세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감독원은 미국이 테이퍼링을 결정한 19일 '금융 시장 안정 메시지'를 통해 "달러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철웅 금감원 금융시장분석팀장은 "엔화가치가 떨어지면 일본기업에 대한 실적 개선을 기대하게 돼 외국 투자자금이 일본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이는 상대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의 역동성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도 "테이퍼링 시행으로 엔화가 지금보다 더 약세로 돌아서는 흐름이 국내 경기와 증시에 가장 부담스러운 요인"이라고 말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은 수출 등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재계에서는 자동차, 전자 등 국내 대표업종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들 업종은 일본업체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


재계는 무엇보다 양적완화 축소로 엔 약세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자동차산업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엔화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수출기업들의 전반적인 가격 경쟁력과 채산성이 악화돼 국내 수출경기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일본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LCD, 석유, 선박, 자동차 산업 등을 중심으로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엔화 약세가 심화되면 일본과 직접 경쟁하는 전자·자동차같이 잘나가는 업종은 수출에 타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생산기지가 있는 대기업보다 국내에 있는 수출중소기업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외에 공장을 갖고 있는 업체는 환율에 대한 영향이 적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기업의 경우 엔저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에서 수입하는 핵심 설비의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 기업 입장에서는 다행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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