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념 범위 법 규정하기로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 김혜민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하면서 재계는 물론 노동계가 통상임금 범위, 소급적용 여부 등을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처한 상황이 다른 모든 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산업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본격적인 임금체계 개편 작업에 착수하면 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논란이 일고 있는 통상임금 범위, 소급적용 여부 등에 대해 정리했다.
◆정부 후속 조치는=정부는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해석상의 논란을 최소화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배제하기 위해 당초 시행령에 규정돼 있던 통상임금 개념과 범위를 법률에 규정지을 방침이다. 통상임금 범위와 관련해 전원합의체의 판결과 엇갈린 해석을 내놓았던 정부의 행정해석도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임금구조는 각종 수당을 통폐합해 단순화하고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개편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달 동안 전문가 자문그룹인 임금제도개선위원회와 임금체계 개편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빠른 시일 내에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후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노사 간 충분한 대화를 거친 후에 입법 절차를 밟기로 했다.
정부는 이 같은 작업이 적어도 내년 봄에 있을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넘기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그동안 통상임금 관련 정부, 사측과의 대화를 일절 거부해 온 노동계를 논의 테이블에 앉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판결 이전 소급 적용은 어디까지 되나?=대법원은 새로 계산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한 수당이나 퇴직금을 소급해서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기존 임금의 소급 적용을 원칙적으로는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추가 임금 청구로 재정적 부담에 따른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하는 수준 내에서 지급하도록 명시했다. 지급 금액이 큰 소급분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결국 소급 적용을 원칙으로 했지만 회사 경영에 부담을 줄 정도가 될 경우 회사가 지급 거절을 할 수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회사가 망할 정도인 경우에는 소급 적용을 거절할 수 있지만 경영 상황에 큰 문제가 없으면 소급해서 줘야 한다는 것이다.
◆퇴직 후 소급청구 가능할까=원칙적으로 어렵다. 재판부가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고, 노사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될 경우 정기상여금 포함으로 발생하는 추가임금 소급청구가 불가능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대기업이 소급청구 정도로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하겠냐'는 의도로 일부 근로자들이 소송에 나설 경우 사회적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TAI, PI도 포함되나=삼성그룹이 매년 지급하는 성과급은 이번 통상임금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부서 및 개인별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돼 고정 상여금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은 매년 정기적으로 목표 인센티브(TAI·옛 PI)와 초과이익분배금(PS)을 임직원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주어지기는 하지만 일률적으로 고정된 상여금이 아니기 때문에 통상임금과 무관하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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