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최장 파업이었던 8일째 된 가운데 열차 사고 잇따라
교대인력 피로도 사상 최고조에 미숙한 대체인력 곳곳 포진
생각보다 저조한 복귀율에 코레일도 노심초사
직위해제는 사상 최대 8000여명…대량해고 사태 오나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철도노조 파업이 8일째에 접어들었지만 노사 간 양보 없는 대치로 최장 파업이 현실화되고 있다. 역대 최장기 철도 파업은 2009년 8일간(11월26일~12월3일) 진행된 총파업이다. 오늘(16일)부터 일부 열차의 감축운행이 시작되는 만큼 시민의 불편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는 열차 기관사들의 피로도다. 지난 9일부터 시작된 파업으로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기관사들은 연일 야간교대로 피로가 극심한 상황이다. 또한 철도대학생 등 대체인력들의 운전미숙도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강도 높은 징계로 파업 참가자들의 복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복귀율이 저조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6일 국토교통부 및 코레일에 따르면 15일 오후 6시 현재 철도노조 파업 참여율은 38.9%로 파업 시작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파업 첫날(9일) 참여율은 36.7%에서 노조원들의 상경투쟁까지 이어지며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코레일은 연일 직위해제 폭탄을 내리며 강경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코레일은 14일 기준 파업 참가자 7929명을 직위해제했다. 2009년 철도노조 파업 884명이 직위해제 처분을 받은 데 비하면 무려 10배 가까운 수치로 사상 최대다.
이 같은 강경 방침에도 복귀율이 적은 것이 코레일의 고민이다. 15일 현재 철도 파업 참가 후 복귀자는 674명(7%)에 불과하다. 이 중 기관사의 업무 복귀율은 0.5%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참여 기관사와 대체인력의 피로도는 심각한 상황이다. 하루 8시간씩이던 근무시간이 일일 2교대 업무로 바뀌면서 집중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사고의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 6000명 이상의 대체인력이 투입됐지만 경험 부족 및 운전미숙으로 빈자리를 채우기도 버거운 상태다.
열차 사고 빈도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코레일이 운행하는 서울지하철 1·3·4호선에는 파업 개시 이후 13건의 사고가 접수됐다. 15일에는 대체 인력이 투입돼 운행하던 서울 지하철 4호선 열차에서 80대 승객이 열차 문에 끼여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코레일 측은 기관사들의 피로누적에 따른 사고위험을 줄이기 위해 일부 열차의 운행횟수를 감축하기로 했다. 수도권 전동열차와 무궁화호는 16일부터, KTX는 17일부터 감축 운행된다. 시민의 불편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여객 수송에 앞서 물류 운송은 이미 차질을 빚고 있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지난 9일 이후 화물열차 운행률은 줄곧 30~40%대에 머물러 시멘트 등 원자재와 물류 운송난이 가중되고 있다.
화물열차는 16일부터 소폭 증편돼 50% 수준에서 운행될 예정이다. 제천∼오봉(2개 열차), 제천∼광운대(4개 열차)구간을 늘린 것도 가장 시급한 시멘트 수송 때문이다.
시멘트 수송은 60%가 열차에 의존하고 있다.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철도 파업이 시작된 9일부터 나흘간 철도를 이용한 시멘트 수송 차질량은 2만3800t에 이른다. 이 기간 철도 수송예정 시멘트는 총 4만1500t이었지만 실제 수송량은 1만7700t에 그쳤다.
향후 석탄, 수출용 컨테이너 운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노사 간 대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관계차관회의에서 이번 철도노조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검찰도 오는 16일 철도노조 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수준을 논의하는 공안대책협의회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맞서 철도노조는 정부와 사측이 17일까지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오는 19일 2차 대규모 상경집회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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