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차가운 바람이 덮은 이 계절 당신이 몹시도 그립습니다. "13일 오전 10시. 서울 동작동 현충원에서 열린 '철강왕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의 추모식.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추모사의 첫 마디를 이렇게 전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새로운 리더십을 위해 시간을 앞당겨 후임자를 뽑으려 한다. 포스코에 봉사할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추모사를 읽어 내려갔다. 정 회장은 이날 추모사를 통해 최근 회장 자리를 내놓은 아쉬운 심경을 그대로 드러냈다.
기자에게는 이날 정 회장의 추도사가 "박태준 전 회장만 있었더라면 이런 혼란을 겪지 않아도 됐을 텐데…"라는 소리로 들렸다. 이는 정 회장만의 심정은 아니다. 포스코인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포스코는 박 전 회장 타계 이후 심한 부침을 겪고 있다. 지금도 포스코는 혼란의 연속이다. 실적부진에 외압까지 겹쳐 회장 자리는 물론이고 조직 전체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는 더 혼란스럽다. 10여명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이미 낙점이 끝났다며 절차는 요식 행위일 뿐이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
아마 박 전 회장이 곁에 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박 전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포스코가 외풍에 흔들릴 때 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돼왔다. 그가 있기에 정치권의 거센 외압도 막아낼 수 있었다.
박 전 회장은 청탁인사 배제 원칙을 신념처럼 지켰었다. 그는 인사에 있어 지방색과 낙하산 인사 등 청탁인사를 배제하고 내부 승진을 철학으로 삼았다.
포스코인들이 박 전 회장을 그리워하는 것은 그의 이같은 리더십 때문이다. 박 전 회장의 신념중에서도 제철보국을 위한 우향우(右向右) 정신은 아직도 포스코인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다.
이제 포스코는 박태준 없는 홀로서기를 해야만 하다. 더 이상 박 전 회장을 바라만 볼수도 없다. 시간은 충분하다. 공정한 절차만 거친다면 내년 3월 주주총회 전 까지 새로운 리더십을 갖춘 포스트 박태준을 찾을 수 있다. 위기의 포스코를 살려낼 적임자를 기대해본다.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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