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더멘털 과대평가 탓에 부진 장기화…3분기 성장률 4년만에 마이너스, 물가 잡기 위해 기준금리 10%까지 올려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브라질 경제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5월 '버냉키 쇼크' 이후 신흥국 금융시장이 휘청거릴 때만 해도 브라질의 부진은 단기에 끝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는 브라질 경제의 펀더멘털을 과대평가한 데 따른 오류라는 목소리가 높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마이너스 성장과 치솟는 물가, 불어나는 재정적자 등 브라질 경제가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달 하순 스페인 일간 '엘 파이스'와 가진 회견에서 "국내총생산(GDP) 산정 방식을 바꾸면 지난해 GDP 성장률이 0.9%에서 1.5%로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브라질 국립통계원(IBGE)은 최근 "새로운 GDP 산출 방식에 따라 지난해 GDP가 1%로 수정됐다"고 밝혔다. 산정 방식 수정에 따른 GDP 상승효과가 겨우 0.1%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이다.
더 우울한 소식도 나왔다. 같은 날 IBGE가 발표한 올해 3·4분기 GDP는 전기 대비 0.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 경제가 2009년 1분기 이후 4년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4분기 전망도 그리 좋지 않다. 일본계 투자은행 노무라는 브라질이 4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하며 본격적인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브라질 경제가 2% 성장하는 데 그쳐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라질 정부는 치솟는 물가와 떨어지는 헤알화 가치를 잡기 위해 올해 들어서만 여섯 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현재 브라질의 기준금리는 10%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브라질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약발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지난달 브라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8%로 전월과 같았다.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치 4.5%를 웃돈 것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브라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에 재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헤알 가치는 바닥을 뚫을 기세다. 달러·헤알 환율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15% 넘게 뛰었다. 브라질 정부가 지난 8월 하순 대규모 자금을 풀어 통화시장에 개입한 뒤 헤알 가치 하락세는 다소 주춤했다. 그러나 이후 반정부 시위 격화로 최근 2개월 사이 6.7% 하락했다.
세금 감면 등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정부의 재정상황도 좋지 않다. 브라질 정부의 재정적자는 최근 GDP의 3.5%까지 늘어 정부 목표치인 3.1%를 웃돌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브라질의 무역수지 적자는 8900만달러(약 937억원)로 2000년 이후 13년만에 가장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프랑스 BNP파리바 은행의 마르셀루 카르발류 리서치 센터장은 "호세프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반정부 시위가 잦아드는 등 브라질이 정치적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듯하다"면서도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브라질 정부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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