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새해예산안 심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내일부터 예산안조정소위를 가동해 16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법정시한(12월2일)은 지키지 못했지만 준예산 편성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각 상임위별 예비심사가 늦어지고 있어 계획대로 될는지 불투명하다. 졸속 심사의 우려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치권의 지역 민원성 예산 부풀리기 고질은 여전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주 예산소위를 열어 국토교통부 소관 예산 20조5176억원을 2조3000억원이나 증액했다. 정부 예산안의 적정성을 꼼꼼히 따져 가능하면 삭감해야 할 터인데 오히려 10% 넘게 늘리겠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재정건전성이나 국민 부담은 안중에 없는 처사다.
속을 들여다보면 더 가관이다. 전남 보성~임성리 고속철도의 경우 사업성이 낮아 예산 배정액은 2억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국토위는 300배 늘어난 600억원으로 늘렸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사업도 수도권 의원들의 요구로 100억원 늘렸다. 경부고속철도 2단계 건설 사업비도 400억원 증액했다. 하나같이 지역 민원성 사업 예산이다. 여야가 정쟁으로 툭하면 국회문을 닫고 할 일을 않더니 지역구 챙기는 데는 한통속인 셈이다.
문제는 국토위뿐 아니라 보건복지위ㆍ농림축산수산위ㆍ산업통상위 등 다른 상임위에서도 경쟁적으로 예산 증액에 나설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은 예산 나눠먹기로 선심 경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가뜩이나 정부 예산안은 경기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성장률 3.9%를 전제로 한 것으로 장밋빛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 게다가 기금을 제외하면 245조원 세입에 252조원 지출로 사실상 적자예산이다.
나라 예산은 국회의원 쌈짓돈이 아니다. 합리적 배분을 통해 국가 전체의 발전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짜야 한다. 예산사업은 경제성에 초점을 맞추는 게 원칙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새해 사업 중 359개가 불합리하고 그 규모는 20조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사업 예산을 부풀릴 게 아니라 줄여야 정상이다. 그렇지 않아도 부실 우려가 제기되는 판이다. 예산 나눠먹기, 민원성 '쪽지 예산'의 구태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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