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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욕설고객 입막는 '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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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고객ㆍ블랙컨슈머에 선전포고한 NS홈쇼핑
'화이트시스템' 도입하고 상담사 인권보호 나서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1년차 상담사 A씨는 오늘도 출근길이 망설여진다. "또 전화 오면 어떻게 하지…" 매일 아침 퇴사문제로 고민이다.

새벽 2시부터 한 시간 간격으로 계속 전화를 받은 한 상담사는 오늘도 피가 마른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응대하면 어김없이 전화건너편에서 욕지거리가 튀어 나온다.


"XX아 나 알지? 니(네) 책임자가 누구야?", "고객님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지요?", "뭘 도와 나 몰라? 아 이 XX한 잡X아 목록부터 확인하고 내가 왜 전화 한 건지 알아봐", "제게 말씀해주시면 신속하게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술에 취한 고객이 "말귀 못 알아듣냐. 니(네)가 책임질 수 있어, 없어?. 없으니까 책임자 바꾸라는 얘기다. 목소리 톤이 틀렸어. 반성문 써서 나한테 보내!" 베테랑 상담사도 말문이 막힌다.


욕보다 더한 모욕감을 주는 전화도 허다하다. 하루에 평균 4~5명의 고객이 이런 전화로 하루 종일 상담사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힌다. "밥먹을테니까 기다리고 있어"라는 말 한마디에 매뉴얼상 먼저끊지 못하는 상담사들은 신경이 곤두선다. 뻔할 뻔자 고객이 원하는 건 카드 취소에 "받으신 상품은 그냥 쓰세요"라는 답변이다.


콜센터 욕설고객 입막는 '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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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희 NS홈쇼핑 과장은 "일을 할 수 없도록 진을 빼는 것도 수법이겠지만 전화 한 통으로 내가 하는 모든 업무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우울감이 밀려온다"며 "3개월을 힘들게 시스템과 고객 응대 교육받고도 상담사가 그간의 노력을 뒤로하고 퇴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홈쇼핑 업체와 거래업체에 피해를 주는 블랙컨슈머도 있다. 얼마전 한 홍삼업체에서는 상습적 반품과 상품훼손등으로 지속적인 피해를 입혀온 고객에 대해 법적대응을 위한 내용 확인을 요청해왔다.


B씨는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총 33건의 홍삼 제품을 구매했다가 반품했다. 반품할때는 구성품을 빼고 박스만 보내거나 업체에서 회수를 위해 방문시 일부러 자리를 비워 회수를 방해했다.


홈쇼핑 업체의 고객 서비스 특성상 반품 요청시 회수 확인없이 바로 카드 결제 취소해주기 때문에 이런 고객 서비스를 악용해 이득을 취했다. 총 972만여원의 손해가 고스란히 홈쇼핑과 업체에 돌아갔다.


C씨는 방송중 당첨만을 노린 악성 고객이다. '방송중 추첨을 통해 한세트 더 받아가실분'이라는 문구가 뜬 방송마다 주문을 했다가 취소를 반복한다. 최근에는 7kg 고구마 판매 방송에서 50건을 주문했다가 다음날 콜센터로 전화해 당첨여부를 확인하고 당첨된 1건을 제외한 49건을 모두 취소했다.


배송을 위해 준비했던 고구마 49세트, 343kg이 짧은 유통기한을 이유로 헐값에 팔리지도 못하고 현지에서 폐기 되다시피했다.


'진상'고객이나 블랙컨슈머로 인한 피해는 이만저만 아니다. 올 들어서만 백화점 판매직원 2명이 스트레스에 따른 우울증으로 자살했다. 최근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백화점이나 콜센터 직원 등 감정 노동자의 30%가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8%는 상담이 필요한 중증 이상의 우울증을 호소했다.


한명숙 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 5월 감정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대표 발의한 일명 '감정노동자 보호법'은 여전히 소속 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최근 한 대형백화점이 블랙컨슈머에 시달리는 판매사원들의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겠다며 장풍체조 프로그램을 도입해 협력사원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엄청난 스트레스와 압박에 시달리는 감정노동자들에게 이 같은 처방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NS홈쇼핑은 지난달 습관적으로 성희롱, 폭언, 모욕 등을 주는 악성 고객들로부터 상담사를 보호하기 위한 '화이트시스템'이라는 꽤 강력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악성고객으로 분류된 1400여명에 대해서는 ARS 안내멘트를 통해 상담사와의 '통화불가'를 안내하고 있다. 성희롱, 폭언, 협박 등을 일삼는 고객에 대해서는 상담사 인권보호 차원에서 법적 조치까지 취할 방침이다.


GS샵은 일찍부터 소비자 민원팀을 따로 만들어 '못난고객'을 별도 관리한다. 상습 성희롱 등 악성고객에 대해 경고하고 계속될 경우 거래를 중단시키고 내용증명을 발송한다. 직원 사기진작과 신뢰도 향상 차원에서다. 인터파크의 경우도 상습 언어폭력 고객을 고객명단에서 제명시키고 지속적으로 전화하면 법무팀 검토 후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비교적 '강한' 대응을 한다.


김기환 NS홈쇼핑 콜센터담당 본부장은 "상담사들의 고통과 피해를 방관할 수 없어 화이트 시스템을 도입했고, 상담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화이트 시스템을 통해 블랙컨슈머의 감정노동자 인권침해를 미연에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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