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끌고 있는 일본 경제가 암초를 만났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인 '엔저'의 약발이 약해지면서 경제 성장률 상승세에 힘이 빠졌으며 경상수지도 적자 전환했다.
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는 이날 일본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1.1%(연율 환산) 증가했다고 확정치를 발표했다.
3분기 성장률은 앞서 발표된 예비치 1.9%보다 낮아졌으며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 1.6%에도 못 미쳤다.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계속 낮아지고 있다. 1분기와 2분기 GDP 증가율은 각각 4.3%, 3.8%였다. 소비가 여전히 약한 상황에서 엔저 효과를 누리던 수출마저 주춤했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은 내년 4월 소비세율 인상을 앞두고 있어 성장률이 이번 4분기부터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오카자키 코헤이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성장 둔화는 일시적일 것"이라면서 "내년 4월 소비세율 인상을 앞두고 소비자들이 소비를 앞당겨 하면서 일본 경제가 다시 상승 모멘텀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함께 발표된 경상수지 결과도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평가하기에는 실망적이다. 경상수지는 9개월 만에 적자 전환했다.
일본 재무성은 이날 일본의 10월 경상수지가 1279억엔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10월 경상수지를 1489억엔 흑자로 예상했었다. 전월 경상수지는 5873억엔 흑자를 기록했었다.
국제수지표(BOP) 기준 10월 무역수지는 1조919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이 역시 예상치 1조55억엔 적자보다 적자폭이 확대됐다. 서비스수지도 3137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소득수지가 1조3615억엔을 기록하는 데 그쳐 무역수지와 서비스수지의 적자를 상쇄하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양적완화 정책으로 돈을 풀어 엔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면 수출이 늘고, 기업들이 임금 상승과 투자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계산을 했었다. 임금이 높아지면 소비가 촉진돼 일본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낮아지고 있는 경제 성장률은 아베노믹스가 엔화 가치를 어느 정도 낮게 유지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약발을 기업, 소비자로까지 확대하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아베 총리는 경제 성장 촉진을 위해 이날 기자회견에서 도요타와 히타치제작소의 임금인상 검토 작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재계에 임금 인상을 거듭 촉구했다.
한편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다. 특히 최근에 일본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특정비밀보호법을 강행 처리하면서 아사히신문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46%로 직전 조사에 비해 3%포인트나 하락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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