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설을 계기로 29세에 불과한 김정은의 정치 스타일이 새삼 주목 받고 있다. 혈통 중심의 세습정치를 바탕으로 하는 북한 권력구도에서 고모부인 장성택 위원장을 내쳤다는 것은 '김정은식 통치 스타일'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장성택 실각은 아직은 설에 불과하다. 측근인 당 행정부 리룡하 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이 공개처형됐다는 점에서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실제로 장성택이 실각했다면, 이는 가장 가까운 친인척이라도 언제든지 숙청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조선 왕조시대의 왕권강화를 위해 왕의 동생이나 외척 등을 무자비하게 숙청시킨 사화 등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 초기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다이나믹하게 권력이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교체주기도 김정일 때와 비교해 짧아졌다"고 말한다. 김정은은 김정일 사망이후 당에서는 부장급이상, 관료에서는 정부의 상(우리의 장.차관급)이상, 군에서는 4대 핵심보직을 모두 교체했다. 당정군의 주요간부 218명중 97명으로 44%가량을 물갈이 한 셈이다.
주요간부들의 교체 주기는 훨씬 김정일 때와 비교하면 훨씬 짧아졌다. 김정일 집권 기간 동안 총 참모장과 인민무력부장의 평균 재임기간은 각각 5.4년과 6.6년이었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는 1년 미만이다.
군부인사의 경우 이같은 추세는 더욱 뚜렷이 확인된다.대표적인 이들이 김정일 장례식장 때 운구차를 호위했던 4인방이다. 이영호 군 총참모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군총정치국 제1부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이다. 이들은 김정일장례식 당시만해도 김정은시대의 핵심요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김정은 집권 2년도 안된 시점에서 모두 몰락의 길을 걸었다.
김정은 집권기간동안 북한군부의 핵심인 인민무력부장은 평균임기가 6개월에 불과하고 우리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총참모장역시 3명이 교체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전격 숙청된 이영호 총참모장은 김정은이 군부를 장악하는 과정에서 핵심역할을 했다. 2010년에는 김정은과 같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맡기도 했지만 결국 숙청당했다.
장 부위원장이 실각한다고 해도 그의 부인인 김경희 당 비서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권력이 왕조 권력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짧은 후계기간 때문에 정치적 카리스마가 부족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집안의 최고 어른인 김 비서를 통해 '백두산 혈통'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김비서의 정치적 입지는 매우 공고한 상황이다.
장성택 이후의 북한권력 지도에서 부상하는 이는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다. 그는 장성택 부위원장의 품에서 권력을 키웠지만 김정은 체제에서 군 총정치국장에 올라 군부를 장악하면서 장 부위원장과 양대 축을 형성할 만큼 힘을 키웠다. 최근에는 경제개혁 방향 등을 놓고 장 부위원장과 갈등을 벌였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의 빠른 혁명세대 숙청 때문에 군부와 권력층 내부의 불만이 팽배해질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김정일은 김일성세대의 혁명 1세대 선배들을 그나마 대우해주면서 권력을 넓혀갔지만 김정은체제에서는 빠른 교체를 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군부의 내부 불만에 대한 움직임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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