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몰아친 조직 슬림화 바람
신한카드 인력 최대 200명 줄이기로
은행, 외국계 사업철수·점포 통폐합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이현주 기자] 금융권이 구조조정을 통한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보험·은행·카드업계를 중심으로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 은행들은 지점 통폐합을 통해 조직을 줄여가고 있다. 경기 불황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군살빼기를 유도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최근 부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신한카드 고위관계자는 "조직 체질개선을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됐다"며 "노동조합과 원만한 합의를 진행했고 희망퇴직으로 전체 인원의 5% 정도가 감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한카드는 6일까지 희망퇴직 접수를 받을 방침인데, 전체 인력(약 2800명)의 5% 내외인 100~200명 정도의 인력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희망퇴직자에게는 2년치 기본급을 지급하며 연령과 직급에 따라 최대 33개월치까지 주기로 했다. 신한카드는 희망퇴직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조직의 중복된 기능을 효율적으로 합치는 조직개편도 실시할 방침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카드업계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은행·보험권역도 경기 침체에 대응해 일찌감치 희망퇴직, 전직(轉職) 지원, 지점 통폐합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보험업계 선두주자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지난달부터 '전직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창업 등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싶어하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금과 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사실상 희망퇴직을 유도하는 것과 다름없다.
앞서 하나생명은 지난 9월 입사 1년차 이상인 직원들을 상대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접수 한 달 만인 지난 10월 말 전체 인원(약 200명)의 4분의 1 정도인 50여명을 내보냈다. 또 한화손해보험은 지난달 초부터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아 전체 인원(약 1900명)의 3% 정도인 65명을 퇴직시키기로 확정했다. 외국계 보험사 중에서는 알리안츠생명이 지난달 말부터 노조와 희망퇴직 규모와 조건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은행권에서는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사업 철수, 점포 축소 등을 통해 인력 감축이 이뤄지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최근 약 350개인 국내 지점을 250여개로 줄이기로 방침을 정했다. 한국씨티은행도 올 들어 국내 지점 22개를 폐쇄하면서 한국 내 지점 수가 지난해 말 218개에서 196개로 줄었다.
HSBC은행은 지난 7월 이후 개인금융 업무 폐지를 추진하면서 국내 11개 지점 가운데 10개 지점 폐쇄를 위한 예비인가를 받았다. 이와 함께 개인금융부문 직원의 90% 이상을 구조조정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영업점을 보유한 국민은행도 내년 1월 초 55개 점포를 통폐합키로 결정했다.
금융권의 이 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박사는 "금융권이 전체적으로 어렵다 보니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면서 "경기가 살아나거나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지 못하면 이런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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