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글로벌 뮤추얼 펀드업체인 피델리티자산운용의 에비게일 존슨 사장(51·사진)은 미국 금융계를 이끄는 몇 안 되는 여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개인 재산이 172억달러(약 18조2500억원)로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부자 리스트 중 23위에 올라 있다. 미국 여성 부자 순위로는 4위다.
피델리티 창업자 에드워드 존슨 2세의 손녀인 그는 직원 4만1000명을 거느린 채 1조7000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굴리는 피델리티의 2인자다.
지난해 존슨의 아버지 에드워드 존슨 3세 회장이 후계자를 누구로 정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존슨 회장은 1977년부터 피델리티를 이끌어온 인물이다. 일부에서는 전문 경영인을 후임자로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피델리티는 인사 총괄 대표였던 존슨을 지난해 8월 사장으로 임명했다. 이로써 피델리티에서 본격적인 3세 경영이 시작된 것이다.
존슨은 피델리티의 자산운용 사업과 중개업, 은퇴연금, 기업의 사회공헌을 총괄하며 존슨 회장과 직접 소통한다.
그는 하버드 대학 경영대학원 졸업 직후인 1988년 애널리스트로 피델리티에 발을 들여놓았다. 1990년대에 3개 주식펀드를 운용하고 2001년 펀드 부문 대표로 승진했다. 최근에는 소매ㆍ기관 중개 부서에서 일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존슨 회장은 "딸이 24년 동안 피델리티에 몸담아왔다"며 "피델리티에 혁신과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은 인물도 딸"이라고 평했다. 두 딸의 엄마인 존슨은 '은둔형 경영자'다.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린다.
존슨은 최근 포브스와 가진 회견에서 자신의 경영철학에 대해 설명하는 가운데 "날마다 도전하는 지도자가 되라"고 조언했다. "세상은 안주하는 리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현재에 만족하고 현실에 안주하면 고객들이 경쟁사로 발을 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슨은 훌륭한 리더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로 '소통력'을 꼽았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임원진과 만나고 수천 건의 고객 요구사항을 보고 받는다"며 "목적이 서로 다른 다양한 집단과 효율적으로 소통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도 어렵다"고 말했다.
직원들 사이에서 존슨은 '질문형 리더'로 통한다. 그는 직원들에게 '일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잘 안 되고 있다면 무엇이 필요한지',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끊임없이 질문한다. 질문으로 스스로를 점검하고 모든 일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해서다.
존슨은 "직원에게 정확한 목표를 설정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달성하는 데 매진하라고 요구한다"며 "준비된 사람만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존슨은 오랫동안 거래한 두 고객이 등 돌렸을 때 피델리티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당시의 어려움이 자신을 더 강한 지도자로 만들어줬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부정적인 분위기에 사로잡혀선 안 된다"며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하면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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