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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스토리 인물史]처세의 달인 풍도

시계아이콘01분 47초 소요

[중국스토리 인물史]처세의 달인 풍도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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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도(馮道, 882~954)는 5대(五代) 시대의 대표적 정치인이다. 후당, 후진, 후한, 후주의 4왕조에서 재상 자리에 오르고 이민족인 거란족까지 섬겼다. 권세를 잃었다가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처세가였다. 탁월한 처신과 원만한 인품으로 적을 만들지 않고 권력의 풍향을 꿰뚫어보아 장수할 수 있었다. 반면에 지나친 권세욕으로 혹평의 대상이 되었다.


풍도는 882년 허베이성 경성현에서 중간 지주의 집안에서 출생했다. 구오대사 풍도전에는 "그의 선조는 농사를 짓기도 하고 유학을 공부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느 한쪽 일만 계속하지는 않았다"고 기술하여 집안이 비교적 한미했음을 보여준다. 그가 태어난 해는 황소의 난(874~884)으로 천하가 어지러운 시기였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일종의 휴머니스트적 면모를 보여주었다. 7세에 지었다는 "이미 땅에 떨어진 꽃은 쓸어내도 괜찮지만 서리가 내리지 않은 풀에는 호미질을 하지 마라"는 시구에는 생명체에 대한 존중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는 유주 군수 유수광 휘하에서 본격적인 하급관리 생활을 시작했다. 성정이 잔인한 유수광이 이웃 지방을 공격하려하자, 이를 만류하다가 감옥에 갇혀 거의 죽을 뻔했다. 이 사건 이후 시류를 거역하지 않고 원만하게 처신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인생관이 확립되었다. 907년 주전충이 당을 멸망시키고 후량을 건국함으로써 5대 시대의 막이 올랐다. 923년 절도사 이존욱이 후량을 멸망시키고 후당을 건국했는데 풍도는 이 때 평생의 은인인 환관 장승업과 조우한다. 장승업의 후원으로 후당 명종 때 재상으로 발탁되었다. 후당 민제를 퇴위시키고 말제 이종가를 추대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였는데 이는 크게 명분에 어긋나는 경우로 거센 비난을 받았다. 청의 왕부지는 "풍도의 실무에 힘쓴다는 말은 그의 나쁜 점을 유감없이 드러낸 것이다"고 규탄하였다. 936년 석경당이 후진을 건국하자 충성을 맹세하였다. 후진은 북쪽의 거란족과 동맹을 맺고 황제 야율덕광을 형으로 섬기는 사대외교를 전개하였다. 풍도는 기꺼이 책례사로 외교사절을 이끌고 거란을 방문하여 굳건한 신임을 확보하였다. 유지광의 후한, 곽위의 후주에서도 풍도는 계속 영달할 수 있었다. 네 왕조에 걸쳐 여섯 황제를 섬기는 뛰어난 생존능력을 보여주었다.


그가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은 충의를 내세우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시세에 맞춰서 잘 바꾸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왕조의 운명이 아니라 사직이었다. 또한 새로운 실력자에게 줄을 잘 서고 충성을 보였다. 그에게는 권력의 향배를 꿰뚫어보는 뛰어난 안목이 있었다. '젖 주는 여자가 엄마'라는 냉정한 현실인식이 그의 장점이었다. 한마디로 바람을 보고 키를 잡는 선장의 노련함이 있었다. 또한 퇴로를 미리 확보하여 시세가 불리하게 돌아가도 자신을 지킬 수 있었다. 북송의 구양수는 "거란이 중국을 멸망시키지 않은 것은 풍도의 뛰어난 말솜씨 덕"이라고 평하였다. 69세 때 그는 장락노자서라는 자서전을 섰다. 장락호라는 호칭은 그가 타고난 낙천가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충신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런 연유로 충신에게 하사하는 문정(文貞), 문충(文忠) 같은 시호를 받지 못했다. 구양수나 사마광은 그를 '염치없는 사람'으로 깎아내렸다. 반면에 북송의 왕안석, 부필, 소철 같은 재상은 '대인'으로 인정하였다. 특히 개혁가 왕안석은 "풍도가 자기 자신을 낮추어 백성을 구하려고 한 행동은 불가에서 보살들이 한 것과 같다"고 높이 평가하였다.

그가 물욕이 없고 청렴한 점은 후세 사가도 인정하고 있다. 사서에서는 그를 "성품이 청렴하고 검소해서 어떤 뇌물도 받지 않았다. 자기 집안에는 맛난 음식도 없었다"고 그의 청렴함을 묘사하고 있다. 후진의 고조 석경당이 그에게 선물을 하사하자, "어린 시절에 난리를 만나 일찍 부모를 여의어 생일을 모른다"고 완강히 사양하였다. 마음이 여리어 집안에 연못이 하나 있었는데 살아있는 물고기를 구해오면 늘 연못에 놓아주었다고 한다. 그는 권세만을 탐한 염치없는 인물일까 아니면 군주보다는 나라와 사직을 우선한 신하일까.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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