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올해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대폭 개선되면서 일본 직장인들이 두툼한 월급봉투를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일본 기업들은 올해 순익이 기록적으로 증가했다. 지난 수년간 임금을 동결한 일본 기업들도 늘어난 순익을 근로자와 나눌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이 ‘일회성’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금인상은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아베 총리의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의 필수조건이다. 월급봉투가 두툼해야 근로자들이 소비를 늘리고, 내수가 살아나면 기업들이 더 많은 제품을 팔아 순익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엔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는 한편, 경영진들에게 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이유다. 일본 정부는 또 임금을 올려주는 기업들에게 세제 혜택까지 주고 있다.
일본 기업들도 임금 인상을 약속하고 있다. 일본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도요타 자동차의 고다이라 노부요리 부사장은 지난달 “실적이 개선된 만큼 근로자들에게 순익 일부가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뿐만 아니다. 중소형 자동차 브랜드 미츠비스 자동차도 기본급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0년 넘게 구조조정 기간이 연장되면서 한 번도 기본금을 인상하지 않았다.
일본 노동조합총연맹은 내년부터 적용되는 임금 기본급에서 최소 1%가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기본급이 아닌 보너스를 올려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본 기업들은 지난 수년간 임금인상에 대해 미온적이었다. 금융위기 이전에도 일본 기업들이 임금인상에 나서는 경우 드물었다.
이유는 있다. 태평양 전쟁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을 달성한 일본은 평생고용 시스템이 구축됐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근로자의 급여가 개인의 실적이 아닌 기업의 순익과 깊숙이 연관됐다. 노동법도 엄격해 해고도 어렵다. 한 번 봉급이 올라가면 고정비용이 늘어나는 기업 입장에선 기본급 인상을 꺼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한 번 올리면 계속 지급해야 하는 기본급 보다는 보너스를 올려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미츠비시 UFJ 리서치 앤 컨설팅은 스즈키 아키히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의 실적이 임금을 올려줄 수 있는 수준까지 늘어난 것이 명백하다”면서 “하지만 임금인상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요무우리 신문이 이달초 150대 대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3분의 1 가량이 임금인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 중 8개 회사만 기본급을 올려줄 것이라고 응답했다.
실제 일본 전체 근로자의 기본급은 지난 9월 전년대비 0.2% 감소한 반면, 보너스는 5.5% 늘어났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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