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우리 나이로 여든을 바라보는 '대한민국 1호 기상캐스터' 김동완씨가 얼마전 한 방송에 나와 자신의 노년생활을 회고했다.
공고 기계과를 나와 중앙관상대 공채 예보분석관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김씨는 국내에 기상캐스터라는 새로운 직업을 연 장본인이자 한때 잘나가는 방송인이었다.
70~80년대 김씨가 뉴스 끝자락에 등장해 진행한 일기예보는 시청률이 꽤 높은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날씨를 확인할 수 있는 별다른 수단이 없었던 시절, 잠자리에 들기 전 TV앞에 둘러앉아 기압골이 어떻고, 저기압이 어떻고 하는 설명을 한참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어린시절 날씨는 우산을 갖고 집을 나서야 하는가, 옷을 두껍게 입고 등교해야 하는가 하는 단순한 문제였다.
농사가 거의 유일한 생계 수단이었던 농경시절 날씨가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지만 이제 날씨는 우리의 생활, 경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물론 하이옌과 같은 초강력 태풍으로 엄청난 사상자를 낸 필리핀의 경우처럼 여전히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백화점, 편의점과 같은 유통채널에서는 기온이나 계절과 관련된 구매패턴을 빅데이터화 해 상품구성이나 진열에 적용하고 있고, 실제 매출과도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의 발길을 잡아 매출을 끌어올려야하는 대형마트의 할인행사에서도 날씨와 계절은 빠뜨릴 수 없는 고려 요소다.
이달 들어 기온이 영하권을 오르내리며 초겨울 날씨에 접어들자 유통업체들이 본격적인 월동준비에 돌입했다. 편의점에서는 찐빵이나 어묵 같은 겨울철 대표 간식을 전진배치하고 여름 상품을 대거 철수시켰다. 온장고 설치를 늘리고 핫팩, 립케어, 타이즈스타킹 등 날씨가 추워지면 잘 팔리는 상품의 비중도 늘렸다. 대형 유통업체에서는 이미 10여년 전에 물품을 발주할 때 날씨 정보를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날씨, 기온에 맞게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백화점이나 홈쇼핑, 오픈마켓의 겨울의류나 난방가전, 방한용품도 잘 팔린다. 물론 짧아진 가을 탓에 야심차게 준비했던 가을 신상품들은 일찌감치 창고로 직행하거나 할인상품 코너에 자리를 잡는다. 겨울의류나 난방가전은 상대적으로 고가인 탓에 빨리 추워진 날씨는 이들 유통업체의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반면 갑작스레 한파가 몰아닥치면 TV나 컴퓨터 앞에 앉아 주문할 수 있는 온라인몰이나 홈쇼핑, 오픈마켓의 매출이 늘어나고 오프라인 매장은 손님의 발길이 끊어지기도 한다. 최근 제과에 강점이 있는 한 온라인몰에서 과자 주문이 폭증한 것을 두고 날씨 얘기를 하기도 한다.
올해 모처럼 태풍 피해가 없었던 탓에 배추와 무, 마늘, 양파 등 김장재료를 비롯해 채소값이 폭락했다. 방사능 우려로 수산물 가격까지 하락하면서 한국은행이 발표한 생산자물가는 1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환경의 변화, 그 중에서도 날씨 변화는 이제 훨씬 더 복잡한 경제현상을 야기한다. 날씨, 기온에 따라 아이템이 바뀌고 기업 매출이 달라지기도 한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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