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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용 난방 연료 '연탄', 갈수록 귀해지는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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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가스에 비해 싸 수요 많아졌지만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에 공급 줄어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 지난 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의 대표적 달동네인 충현동 문화아파트 앞 마당. 20여명의 사람들이 아파트 입구에서 지하실까지 40여미터가 넘는 거리에 줄지어 서서 연탄을 손에서 손으로 연신 나르고 있었다. 이 아파트 지하에 살고 있는 이모씨(81) 가족이 한겨울을 보낼 연탄 500여장을 기부하고 직접 배달까지 하러 온 한국열관리시공협회 서대문구회의 회원들이었다. 이들은 한 시간 남짓 구슬땀을 흘리며 가스가 새는 틈이 없는지도 꼼꼼히 점검해줬다.


지켜보던 이씨의 입에는 한시름 덜었다는 기쁜 표정이 역력했다. 할머니와 단둘이 구청에서 주는 기초생활수급비 40여만원으로 생활하는 처지라 그동안 겨울철 난방비 걱정이 컸기 때문이다. 이씨는 "올 겨울은 전보다 더 춥다고 하는데 버는 돈도 없이 단둘이 어떻게 한겨울을 보내나 걱정했다"며 "기름이나 가스로 바꾸고 싶어도 보일러 교체에 돈이 많이 들고 매월 연료비도 연탄이 훨씬 싸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데, 연탄이 지하창고에 가득 쌓인 것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매서운 추위가 살갗을 스치는 겨울, '연탄'의 계절이 돌아왔다. 10여년 전만 해도 가정 주부들은 이맘때쯤엔 부엌 창고에 연탄을 가득 쟁여 놓아야 비로소 월동 준비를 마쳤다며 안심을 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석유ㆍ가스로 난방 연료가 교체되면서 한동안 우리 곁을 떠나는가 했던 연탄은 이제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과 서민들의 소중한 겨울나기 연료로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석유ㆍ가스 등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값싼 연탄의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석탄산업 합리화를 이유로 계속 원료인 무연탄 생산량을 감축하고 있어 갈수록 '귀한 몸'이 되어가고 있다.


15일 대한석탄협회, 서울시 등에 따르면 최근 들어 저소득층ㆍ서민 등을 중심으로 연탄이 난방용 연료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무엇보다도 값이 싸기 때문이다. 연탄 1장당 정부 권장가격 373원50전, 소비자가격 550원 안팎으로 등유ㆍ가스 등 다른 난방용 연료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연탄 가격은 10여년째 제자리인 반면 등유는 7년새 800원대에서 1500원대로 올랐다. 일반 가정의 경우 등유ㆍ가스를 연료로 할 경우 한겨울 15만~20만원 정도를 써야 하지만, 연탄은 많아야 10만원 정도면 난방이 해결된다.

이 때문에 한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과 서민들은 물론, 식당과 농촌의 비닐하우스 등에서도 연탄을 찾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현재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12월 말 기준 3988가구, 전국적으로는 20만여 가구가 연탄을 사용하고 있다. 한겨울을 나려면 보통 가구당 800장 정도를 사용하며, 1년에 약 5억장의 연탄이 생산돼 난방용ㆍ상업용ㆍ농업용 등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같은 연탄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올해만 하더라도 정부는 연탄의 연료인 국내 무연탄을 지난해 209만t보다 30만t 줄어든 179만t만 생산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중 32만t은 발전용으로 쓰고 나머지 147만여t만 연탄 제조용으로 쓸 예정이다.


그러나 이는 국내 연탄 수요 예측량(179만t)에 비해 30만t 넘게 부족한 양이다. 정부는 이를 메우기 위해 베트남 등을 통해 20만~25만t의 무연탄을 수입하는 한편 모자라는 것은 전국 48개 연탄 생산업체들이 보유한 재고량(83만여t), 정부 비축분(99만1000t) 등을 활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정부가 연탄 생산량을 자꾸 줄이는 것은 지난 1988년부터 시행된 석탄산업합리화 정책 때문이다. 생산 비용이 갈수록 높아지는 석탄 생산량을 줄이는 대신 석유ㆍ가스로 대체하자는 계획인 이 정책 시행으로 1988년 2429만5000t에 달하던 석탄 생산량은 2012년 209만t으로 축소됐다.


특히 정부는 연탄 수요 증가에 불구하고 앞으로도 계속 석탄 생산량 감축 계획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석탄협회 관계자는 "폐광과 광부 감원 등의 정책이 계속 시행 중이고 채광비도 갈수록 늘어나면서 물리적으로 생산량을 더 늘릴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을 지나치게 빨리 시행했다는 느낌도 있지만, 정부 일각에선 아예 연탄 가격을 인상해서 저소득층 등 소비자들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도록 유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연탄 구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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