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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메신저]최고의 브랜드 '英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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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메신저]최고의 브랜드 '英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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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영국의 왕실은 21세기에서도 동화속의 나라다. 아직도 여왕이 있고, 왕자와 왕자비가 있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다닌다. 일찍이 민주주의의 산실이었고 만인 평등의 꿈을 이룬 나라였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섬기는 왕이 있다는 것이 재미있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더욱 관심이 가는 대목은 영국이 왕실을 적시적소에서 국익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브랜드화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는 18일부터 8일간 서울 인사동 아라 아트센터에서 영국 왕세자 후원 '울 모던 전시회'가 개최된다는 소식도 같은 맥락에서 야릇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전시는 울의 미적가치와 환경적, 기술적 이점을 재조명해 보이는 세계 순회 전시다. 한국 디자이너 11작품과 영국, 독일, 호주, 중국에서 진행된 주요 작품 등 총 68점을 선보인다. 존 갈리아노, 랑방, 폴스미스 등 세계적 패션 거장들의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한다.

영국이 왕실까지 동원해 울에 대한 관심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에는 역사적 뿌리가 있다. 영국을 서방, 아니 세계적 강국으로 우뚝 서게 한데에는 울의 힘이 컸기 때문이다. 울이란 양모, 앙고라(모헤어), 캐시미어, 알파카, 라마 등 각종 짐승의 털을 이르지만 양모가 대표적이다.


16세기, 르네쌍스가 꽃필 무렵 스페인은 가장 질 좋은 모직물 생산국이었다. 그러나 상인과 결탁한 왕이 기독교인들인 모직물 기술자들을 박해하자 모직물 기술자들은 네덜란드로 망명길에 오른다. 덕분에 네덜란드는 질 좋은 모직물 생산국이 되었을 뿐 아니라 17세기 초, 유럽의 강자 대열에 오를 수 있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세계 무역은 모직물→은→비단의 삼각 구도로, 유럽인들이 열광하는 중국의 비단이나 차(茶)를 얻기 위해서는 은이 필요했고, 아메리카 신대륙에서 은을 가져오려면 모직물을 주어야 했으므로, 모직물 생산국이어야 강한 무역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영국은 양을 많이 키워 양모는 많았지만 기술력이 없어 원모만을 네덜란드에 파는 형편이었다. 그래서 열심히 기술력을 키웠다. 이윽고 질 좋은 모직물 생산이 가능하여지자, 원모까지 풍부한 영국이 네덜란드를 압도하고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됐다. 그 경제력이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되어 영국은 정치, 경제에서 명실 공히 유럽 최고의 위치에 오른다. 영국이 오늘날에도 세계에서 가장 질 좋은 모직물을 생산해내는 데는 그런 내력이 있다.


사실, 섬유 가운데 양모처럼 좋은 성질을 가지고 있는 섬유도 없다. 보온성이 뛰어나고 탄력성과 압축탄성이 좋고, 흡습성은 섬유 중 가장 우수하다. 또한 비나 습기를 맞게 되면 열을 발산해서 냉습감을 잘 다스린다. 강도가 낮고, 알카리에 약하며 축융 하는 성질 때문에 세탁이나 관리가 쉽지 않은 단점도 있지만 최고의 섬유임이 확실하다.


그러나 합성섬유가 발달하면서 모직물에 버금가는 직물들이 쏟아져 나오게 되자 모직물의 수요는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됐다. 울 모던 전시도 이런 어려움을 극복해 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왕을 '섬기면서'까지, 왕실도 브랜드화 하는 영국의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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