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10ㆍ30 경기 화성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서청원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같은 당 김무성 의원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김 의원은 그동안 가장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였지만 서 당선인의 원내복귀로 적잖은 부담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얼마전까지 김 의원이 당내에서 갖는 입지는 대단했다. 지난달 4일 만든 '공부 모임'에 당 소속 의원 3분의 2인 103명이 참여하며 확실한 세를 과시했고, 복지와 통일 문제를 주제로 한 모임까지 준비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여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김 의원의 독주를 내심 불편해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당 지도부는 이번 재보선 후보로 서 당선인을 낙점했다. 때문에 서 당선인의 원내복귀를 두고 '김무성 견제용'이라는 해석이 따라다녔다.
서 당선인의 복귀로 여권의 권력지형 재편이 불가피해 보인다. 서 당선인이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그를 차기 당 대표의 유력한 후보로 꼽는다. 한편에서는 서 당선인이 차기 국회의장에 나설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7선 의원으로 숱한 정치 여정을 보낸 서 당선인이 국회의장으로 정계를 은퇴해 명예회복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서 당선인의 화려한 부활을 바라보는 김 의원의 속마음이 편할리가 없다. 당 대표를 꿰차고 여세를 몰아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서 당선인과 대립구도를 만들 수도 없다. 두 사람은 지난 대선캠프에서 각각 상임고문과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으며 호흡을 맞췄고, 박 대통령의 서 당선인에 대한 신뢰와 당내 입지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서 당선인이 당 대표에 출마한다고 하면 김 의원으로서는 매우 난처해진다. 서 당선인이 공천을 받는 과정에서 김 의원과 만나 향후 당내 역할에 대해 조율을 했다는 뒷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것도 두 사람의 묘한 관계 때문이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조직'에 강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조직 관리의 스타일은 판이하다. 서 당선인이 현장 중심의 '돌쇠형'이라면 김 의원은 관리 중심의 '스타일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이 당권 경쟁에 들어간다면 이같은 색깔은 그대로 묻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 당선인은 2007년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 당시 10만여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사조직 '청산회'를 통해 자신의 조직 동원력을 확인시켰고 2008년 총선 때도 '친박연대'를 창당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김 의원도 조직관리 능력을 확인시켜야 지금껏 모은 주변 의원들의 이탈을 방지할 수 있다. 최근 목소리를 낮췄던 김 의원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 지 주목받는 이유다.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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