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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루시드폴' 시인같은 가수 '꽃時'를 뿌리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47초

2년만에 6집앨범 발표 "소리만드는 사람으로서 듣기싫은 노래는 만들지 말아야죠"

[인터뷰]'루시드폴' 시인같은 가수 '꽃時'를 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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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자동차 크락션, 핸드폰 알람, 공사 소리, 휴대폰 가게의 시끌벅적한 스피커 소리...도시생활은 소음을 수반한다. 음악마저도 이곳에선 생활의 BGM(배경음악)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음악을 음미하고, 감상하던 때가 언제일까. 최근 6집 앨범 '꽃은 말이 없다'를 내놓은 루시드폴은 "소리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들한테 최소한 피곤한 소리는 만들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안들릴지언정, 듣기 싫은 노래는 만들지 않겠다"고 그는 말한다.

2년 만에 발표한 그의 앨범은 일상의 소리와 풍경에 귀 기울인다. 도시생활에 함부로 휩쓸리지 않는 대신 그 곳에서 공존하는 작은 것들에 초점을 맞춘다. 집 앞에서 만난 검은 개에게 "혼자 울고 있지 말고 같이 울자"('검은 개')고 말을 건네고, 비오는 날 새를 보고는 "이렇게 차가운 빗줄기 내리는 날에 혼자서 흠뻑 젖은 몸을 떨고 있구나"('서울의 새')하며 안쓰러움을 전한다. 시들어가는 꽃을 보고서도 "하지만 너는 오늘 하루도 아름답게 폈구나"('늙은 금잔화에게') 노래한다. 어쿠스틱 기타 반주는 조촐하지만 울림이 깊고, 나즈막한 그의 목소리는 바깥 소음을 잊게 해준다.


"작년에 한옥으로 이사를 했는데, 내가 선택한 일 중에 가장 잘한 일 같다. 일단 바깥과 집의 경계가 살아있는 게 너무 좋았다. 하늘하고도 가까워졌고. 마당에 새로 풀이 올라오고, 새들이 문 안으로 들어오고, 벌들이 집을 지었다. 우리 집에서 이렇게 같이 사는구나 싶었다. 또 가장 달라진 게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잔다는 거다. 사람들하고의 만남도 많이 줄었다. 유학생활을 끝내고 2009년 한국에 왔을 때는 뭔가 붕 떠서 살았던 것 같은데, 이제 다시 차분해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새롭게 찾게 됐다."

[인터뷰]'루시드폴' 시인같은 가수 '꽃時'를 뿌리다


강아지, 나비, 새, 꽃 등 주변에서 찾은 소재들을 노래하면서 모든 트랙은 어쿠스틱 악기로 사용했다. 드럼, 플루트, 트롬본 등 다양한 악기를 시도했던 5집 앨범과 달리 이번에는 목소리와 기타에만 집중했다. 녹음하는 내내 "필요한 것만 넣자"고 다짐했다. "구색을 맞추려고, 더 돋보이려고, 혹은 왠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넣는 것들을 빼고, 정말 필요한 것만 잘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화려한 사운드가 빠진 자리는 바리톤, 세미바리톤, 8현 나일론 등 다양한 기타 소리가 풍성하게 채웠다. 루시드폴은 "구성으로 보면 미니멀하지만 악기들 사이의 유기관계는 훨씬 더 탄탄해졌다"고 평한다.


"가장 중요한 게 목소리와 기타였다. 열 개가 넘는 녹음용 마이크를 일일이 테스트했고, 바리톤 기타도 장력을 고려해 게이지(gauge)를 공식에 넣고 계산해가면서 새로 줄을 끼우고 시도해봤다. 이런 준비과정을 거치고 나니까 자신감이 생겼다. 전 앨범보다 노래 녹음도, 기타 사운드도 더 잘 나올 것 같았다. 이런 작업들이 힘들다기보다 너무 재밌었다. 이제 나만 잘하면 되는 거였다. 그렇게 녹음을 하고 나니까 이 이상 뭐가 필요하지 않겠구나 싶었다."


[인터뷰]'루시드폴' 시인같은 가수 '꽃時'를 뿌리다


루시드폴을 수식하는 말 중에 대표적인 게 '가요계의 음유시인'이다. 시보다 더 시적인 가사들은 천천히 곱씹을수록 더 와닿는다. 이번 앨범도 다르지 않다. "한낮, 처마 끝에 머물러 한숨 돌리다 터벅터벅 그대 돌아올 때 잠을 깨고 두런두런 얘기 나눌 수 있다면"('햇살은 따뜻해')이라든지 "가족들이 나오는 꿈은 늘 불안하지 온통 걱정스런 눈빛만 가득하니까"(가족) 등의 가사들은 조심스럽지만 솔직하고, 무엇보다 따뜻하다.


"우리 조상들이 낭송하던 시조처럼 어떻게 하면 운율적인 가사를 쓸고 고민을 했다. 어떤 분이 내 노래가 외국어처럼 들린다고 했는데, 그 말이 인상적이었다. 후렴구에서의 라임이 청각적으로 재미를 주기도 하고. 잘 들으면 발견되는 운율감을 많이 싣고 싶었다. 예를 들어 '강'이라는 노래에는 '갈대도 억새도 모래도 철새도 조개도 돌게도 물고기도 친구가 되고'라는 가사가 있는데, 사람들이 인지하든 인지하지 못하든 이렇게 가사에서 라임을 맞추면서 쓰고 있다."


루시드폴은 6집 앨범 발매 기념으로 11월6일부터 서울 올림픽 공원 K-아트홀에서 콘서트를 연다. 이번에는 관객과 연주인들이 마주보는 게 아니라 한 곳을 볼 수 있는 아레나 형식의 공연이다. "지난 봄 종로 '반줄'에서의 공연을 하면서 음악적인 힘을 많이 얻었다. 그 전에 1년 동안 음악 작업을 쉬면서 생각했던 물음이나 스스로에 대한 질문들, 방향에 대한 고민들을 많이 해결했다. 그게 아마 관객들에게서 받은 힘일 것이다. 예전 노래를 꺼내 부르면서 자부심도 생겼다. '내가 이 위치에 잘 서있구나' 하는 긍지말이다. 앞으로도 노래를 만드는데 에너지를 써야겠다. 그래도 남는 에너지가 있다면 악기를 조금 더 다루는데 집중해야겠다."


(사진제공 : 안테나뮤직 장소 : 대림미술관)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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