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은행들에 위험가중자산 대비 8% 자기자본 요구할듯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럽연합(EU) 은행 감독 권한을 갖게 된 유럽중앙은행(ECB)이 역내 대형 은행들에 위험가중자산 대비 8%의 자기자본 확보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 타임스(FT)와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ECB는 현지시간으로 23일 오전 10시 은행 감독체계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내년 실시될 예정인 스트레스 테스트(자산건전성 평가)와 관련해 은행 자산 평가 기준, 자기자본 요건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관계자들은 ECB가 EU 은행들에 위험가중자산 대비 7%을 자기자본을 요구하고 특히 대형 은행들에는 이보다 1%포인트 높은 자기자본 비율을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이정도 수준이면 자기자본 비율은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서비스 회사 케플러 서브렉스의 더크 베크 애널리스트는 "8%는 많은 은행들이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ECB의 은행 감독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면서 은행들은 이익을 계속 유보해둘 것이며 따라서 자본 조달을 위한 신주 발행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도 역내 19개 대형 은행 중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이 가장 낮은 코메르츠방크의 비율이 8.4%라며 ECB가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8%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감독 부문과 관련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비토르 콘스타치오 ECB 부총재가 이달 초 FT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은행의 자산 현황은 현재 시장이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양호하다고 말했던 점도 ECB의 은행감독 세부 내용이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근거가 되고 있다.
다만 ECB가 어떤 자산을 위험 자산군으로 분류하느냐 여부는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CB는 이에 대해 현재까지 내용을 밝힌 바가 없으며 따라서 이에 대한 발표 내용이 은행들의 자본 확충 규모가 현재 시장의 예상과 달라질 수 있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라보뱅크의 코어 클루이스 애널리스트는 "8%는 단지 시작점에 불과하다"며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자기자본 확충 규모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CB는 위험가중자산 기준 자기자본 8%와 함께 보통주 기본 자기자본 비율 4.5%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행 EU 규정보다 2%포인트 높은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스트레스 테스트와 관련, ECB가 서로 상충되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U 은행 자본 건전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동시에 대규모 자본 확충 요구로 시장 불안감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CB는 감독 업무와 관련해 최종적으로 800명의 인력을 꾸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산 평가 기준과 관련해 애초 EU 회원국 중앙은행의 평가에 비중을 둘 예정이었으나 미국 감독기관들이 사용하는 카멜 평가 방식을 사용해 자체 조사를 진행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미국은 자본적정성(Capital Adequacy), 자산건전성(Asset Quality), 경영능력(Management), 수익성(Earnings), 유동성(Liquidity)의 5가지 항목으로 자산 건전성을 평가해 1~5단계의 등급을 매기는데 5가지 항목의 첫 글자를 따 카멜(Camel) 평가라고 칭한다.
ECB는 대출 부문 평가와 관련해 부동산, 중소기업, 선박 대출 구조화상품 대출의 4가지 항목을 중점 평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스트레스 테스트와 관련해 ECB가 유럽은행감독청(EBA)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나 그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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