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만기 10년 일 국채 1조2400억엔어치 순매수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일본 중앙은행 일본은행( BOJ)의 구로다 하로히코 총재의 ‘구로다 풋’이 먹혀들고 있다. 일본의 주요 은행들이 장기 국채 매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구로다 풋은 구로다 총재의 금융정책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이사회(FRB) 의장인 벤 버냉키 의장의 ‘버냉키 풋’에 비유한 말이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 금리인하를 통해 투자자들의 손실을 보호해줬는데 전문가들이 이를 기초 자산 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도입한 파생상품 ‘풋 옵션(Put Option)’에 비유해 ‘버냉키 풋’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 일본의 대형 은행들은 고수익에다 일본은행의 자산매입이 잠재손실로부터 보호해줄 것으로 베팅해 장기국채를 사들이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일본 유가증권거래협회(JSDA)에 따르면, 뱅크오브도쿄미츠비스 UFJ,미즈호은행 등 대형 은행들은 지난달 만기 10년인 국채 보유량을 5개 월 연속으로 사상 최대 규모로 늘리고 만기 2~5년인 국채는 매도했다.
주요 은행들은 9월에 10년 만기 국채를 1조2400억엔어치 순매수했다. 특히 20년 이상 국채는 1104억엔어치를 매수해 지난해 7월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로써 4월 말 이후 일본 시중은행들의 국채 매수규모는 총 3조1700억엔어치로 늘어났다.
반면,이들은 만기 2~5년은 2월부터 9월까지 11조3000억엔어치를 순매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구로다 BOJ총재가 경기부양 차원에서 매수 국채 평균 만기를 두 배 이상으로 늘린 바로 다음달인 5월 이후 일본의 장기 국채 수익률은 만기가 더 짧은 국채 수익률을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만기 10년 이상인 일본 국채는 5월 말 이후 3.4%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1~10년짜리 수익률은 1.1%에 불과했다.
BOJ는 지난 4월4일 평균 만기 7년인 일본 국채를 7조엔 이상 사들이는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개시했다. 당시 BOJ는 매입 채권 중 약 절반은 만기 5년 미만에 할당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23개 프라이머리 딜러 중 하나인 SMBC 니코 증권의 노지 마코토 선임 채권전략가는 “일본 국채 투자자들은 BOJ가 채권을 다량으로 매수하는 만큼 채권시장에 잔류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고 있다”면서 “중기물은 수익률이 낮은 만큼 은행들이 사봐야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도 국채 만기물 입찰을 늘리고 있다. 일본 재무성은 22일 만기가 2033년인 20년물 1조2000억엔어치의 입찰을 실시했다. 지난달 18일 입찰에는 입찰금액의 3.21배에 해당하는 돈이 몰렸을 만큼 반응은 뜨거웠다.
앞으로도 이런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BOJ는 내년 4월 소비세 인상이 경제에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면 추가 조치를 취하기로 했고 일본 정부도 소비세 증세의 보완책으로 5조엔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하고 했고 이런 조치들은 구로다 풋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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