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전셋값 상승폭이 다시 커지고 매매가 상승세는 탄력을 잃으며 주택시장이 혼돈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일시적 '터뷸런스' 현상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될 경우 서민의 주거비용 부담만 커지는 결과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취득세 영구감면 조기 시행 등 정책의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전세수요가 매매로 전환되며 2개월간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던 전셋값이 다시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부동산 리서치 전문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감정원 주간별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 14일 전국 기준으로 0.2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주간 상승률인 0.26%보다 0.03%포인트 오른 값이다. 수도권은 전주보다 0.03%포인트 올라 0.38%를 기록했고, 서울은 0.04%포인트 오르며 무려 0.41%나 뛰어올랐다.
특히 명문학군 등 교육여건이 뛰어난 지역 중심으로 전셋값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구는 14일 기준 아파트 전셋값이 전주보다 0.12%포인트 오른 0.37%였고, 서초구는 0.37%(전주 0.28%)가 올랐다. 송파구 전셋값도 0.64% 오르면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전주(1.30%)보다는 상승폭이 둔화됐다.
강북지역에서도 전셋값 강세현상이 나타났다. 8학군으로 꼽히는 노원구 전셋값은 무려 0.94% 올랐다. 상승률이 전주보다 0.68%포인트 높다. 양천구 역시 0.39% 오르면서 전주(0.07%)보다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가을이사철 등으로 학군 좋은 지역 중심으로 전세수요가 다시 늘고 있는 데 비해 하반기 입주 물량이 부족해 전셋값이 다시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매매시장은 다시 심리가 얼어붙으며 상승률이 가라앉고 있다. 아파트 매매값은 8ㆍ28 전월세 대책이 발표된 뒤 연속 상승세가 이어져왔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를 중심으로 매수심리가 회복되며 가격 상승폭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후속입법이 늦어지는 데다 취득세 영구감면이 내년에야 시행될 것이란 예측 등으로 실망감이 감지되며 매매가는 상승률은 줄어들었다. 14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14%로 전주보다 0.04%포인트 낮아졌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보다 0.07%포인트 떨어진 0.15%였고, 서울은 같은 기간 대비 0.04%포인트 줄어 0.16% 오르는 데 그쳤다. 서울에서는 용산구의 상승률이 0.03% 포인트로 가장 낮았다. 다만 강남권에서는 여전히 강세현상을 나타냈다. 서초구는 14일 기준 전주보다 0.27%포인트 오른 0.33%에 달했고 강남구는 전주보다 0.06%포인트 오른 0.12%를 시현했다.
양 팀장은 "취득세 영구 감면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정부가 예고했던 주요 쟁점 법안들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며 불확실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면서 "이로 인해 매매시장은 풀이 죽고 전세시장만 강세를 보이는 현상이 재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은 심리적인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부정책이 입법을 통해 조속히 시행되지 않을 경우 수요자들의 혼란이 가중돼 거래절벽 등 시장왜곡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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