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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들떠보지 않던 ‘한옥 땅’ 팔린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2초

-판매량 ‘0’이였으나 최근 보름간 53억원어치 판매
-부담스런 한옥 땅 쪼개고 낮춰 “‘맞춤형’ 통했다”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서울시내 한옥 필지가 팔려나가고 있다. 수개월간 1개 필지도 팔지 못하던 지난해와 비교해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반전 포인트는 330㎡(100평) 이상 대형 부지를 쪼개고 공사비 등 몸값을 낮춘 데 있다. 남아 있는 100여개 이상 필지도 면적을 줄여 공급하기로 했다. 현재 진행 중인 중대형급 토지 매각도 입찰에서 수의계약으로 전환하는 등 조건을 완화, 매각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16일 서울시와 SH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공급에 들어간 은평구 진관동 한옥마을 단독주택 용지의 개찰 결과, 단독형 한옥필지(추첨) 8개와 근린형 상가필지(입찰) 2개 등 총 10개 필지가 매각됐다. 공고에 나선지 보름여 만이다.


거들떠보지 않던 ‘한옥 땅’ 팔린다 은평구 진관동에 조성 중인 한옥마을 조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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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액으로만 따지면 53억원이 넘는다. 입찰로 진행된 상가필지 2개는 공급가보다 최대 5000만원 웃돈이 얹혀 팔렸고 법인 외 거들떠보지도 않던 일반 한옥필지는 매각 건수의 8개 중 6개가 개인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다소 저조했던 분양실적을 감안, 조건을 바꿔 공급에 나선지 한 달도 안돼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는 게 SH공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진관동 한옥필지의 경우 첫 공급에 나선 지난해 9월 이후 수개월간 매각에 난항을 겪었다. 한 달여간 입찰방식으로 10개 필지, 추첨방식으로 9개 필지를 내놨는데 5개만 주인을 찾았다. 입찰 토지는 1건에 그쳤다. 낙찰가도 분양가 9억4072만원보다 600만원밖에 높지 않았다. 이후 진행된 수의계약에도 난항을 겪었다. 공고가 진행된 4개월간 단 1개 필지도 팔지 못했다.


이렇게 그동안 한옥 건축용 땅이 소외받은 것은 비싼 건축비가 이유로 작용했다. 은평 한옥마을의 경우 토지비만 3.3㎡당 700만원이 넘는 데다 건축비는 3.3㎡당 평균 1000만~2000만원에 육박한다. 그동안 수요자들이 선뜻 매입에 나서지 않았던 배경이다.


이에 서울시와 SH공사는 시공법과 공정관리기술 개선으로 건축비를 60% 절감시키고 창호와 벽체 기밀성능을 개발해 거주 성능을 높인 ‘시범한옥’을 내놓는 등 자구책 마련에 들어갔다. 여기에 민간업체들까지 모듈러 한옥 등 새로운 건축법을 공개했다.


낮아지는 건축·조성비에 비해 토지 구입 비용이 컸던 엇박자도 해결됐다. 필지 크기를 줄이고 분양조건을 완화한 결과다. 특히 기업체나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블록형 필지는 작게 쪼개 개인 실거주용으로 전환했다. 3.3㎡당 토지분양가가 650만~750만원대로 조성원가보다 낮게 자리 잡았지만 필지 규모가 200~400㎡로 넓게 조성돼 1개 필지값이 10억원을 훌쩍 넘던 문제가 해결된 셈이다.


지난해 장기 미분양 사태를 겪은 후 도입한 토지환매제 역시 호재로 작용했다. 토지 매입 계약 후 사업성 문제로 계약을 취소하더라도 계약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수요자들의 부담을 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SH공사 관계자는 “앞서 분양한 입찰 필지를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고 12월 분양 예정된 43개 필지는 모두 165㎡(50평)이하 소형으로만 공급할 계획이다”며 “그동안 정체됐던 한옥마을 조성사업이 토지매각에 맞춰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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