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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수돗물 만들던 '구의취수장', 거리예술 메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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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수돗물 만들던 '구의취수장', 거리예술 메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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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거대하고 울퉁불퉁한 시멘트벽이 대형 도화지가 됐다. 커다란 붓을 든 배우는 현란한 춤동작을 벌이며 한편의 추상화를 그린다. 긴 사다리를 탄 곡예사가 공중에서 이쪽저쪽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모습이 아찔하다.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태풍)'는 맨몸으로 건물 사이와 벽을 뛰어오르는 익스트림스포츠 야마카시(Free Running·파쿠르)와 결합돼 태풍 같은 울림을 주는 음악효과를 배가 시킨다.

일반 실내 공연에서는 보기 드문 '거리예술' 작품들이다. 지난 6월과 9월 서울 광장동 아차산로 구의 취수장에서 시연된 공연이다. 한강물을 퍼 올려 수돗물을 만들던 구의취수장이 이처럼 '거리예술'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거리예술'은 연극·무용·음악·서커스·마임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해 공공장소에서 선보여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공연의 공간 활용 규모나 관객참여도가 크다. 프랑스 등 유럽 각 지역에서 이미 전문화돼 있는 이 장르는 우리나라에서의 역사가 10년 정도에 머물고 있으며, 주로 지역축제에서 소개돼왔다. 국내 거리예술을 공연하는 극단은 총 50여 곳으로, 이 중 실내공연을 제외하고 거리예술만 특화한 단체가 3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1년 강북취수장이 신설돼 올해 안에 폐쇄될 구의취수장이 '거리예술의 메카'로 거듭나게 됐다. 구의취수장을 '거리예술'의 창작, 교육, 배급 등의 산실로 변신시키는 작업을 맡고 있는 조동희 서울문화재단 축제기획팀장(사진·44)은 "거리예술을 이벤트용이 아닌 제대로 된 작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예술 공간으로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조 팀장은 "거리예술가들은 공연하는 장소에서 작품 제작과 연습이 불가능해 늘 창작공간에 목말라 하고 있다"면서 "이들에게 좋은 작업 및 공연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팀장은 과천거리축제 등 축제기획을 여럿 해낸 이 분야의 전문가다. 프랑스에서 공연학(거리예술)을 전공한 그는 "구의취수장 거리예술센터는 특히 프랑스 마르세이유 시에 위치한 옛 비누공장을 재활용해 만든 거리예술지구를 벤치마킹했다"고 설명했다.


"연면적 5000㎡ 규모의 취수장 두 곳, 펌프장, 관사 등 건물과 야외공간을 가지고 있는 이곳에 가장 적합한 장르가 바로 '거리 예술'이라는 게 공연 전문가들의 의견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일반 건물 4~5층 높이의 층고를 가진 넓은 공간이 강점이죠."


구의취수장은 내년부터 3년에 걸쳐 거리예술센터로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가지만 공사기간 중에도 거리예술극단의 창작과 공연은 이뤄지게 된다. 시범적으로 올해 열린 오픈스튜디오에 거리예술에 관심 있는 전문가, 일반인 등 800명이 이곳을 찾았다. 조 팀장은 "모두 신작이 초연돼 공연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취수장의 펌프시설 등 옛 정취가 담긴 공간의 힘이 컸다"면서 "산업유산으로서의 구의취수장과 예술센터 역할을 함께 살리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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