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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모럴해저드… 감독대상 금융사 무더기 재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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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한국은행에서 퇴직한 고위 간부들이 감독대상 금융회사로 잇따라 자리를 옮겨 눈총을 받고 있다. 불법은 아니라는 게 한은의 주장이지만, 전관예우와 도덕적 해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까지 비켜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3일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최근 2년간 한은에서 퇴임한 2급 이상 고위간부 8명이 취업제한업체인 금융회사에 재취업했다"고 밝혔다. 취업제한업체는 안전행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정한다.

퇴직한 간부들이 재취업한 곳은 모두 금융회사였다. 2011년 12월 한은을 떠난 안모 연구조정역(1급)은 채 한 달도 안 돼 BNP파리바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퇴직한 장모 부총재보(임원)는 한 달 만에 서울외국환중개에 깃들였다. 또 신모 자문역(1급)은 두 달 만에 JP모건으로 이동했다.


올해에도 정모 주임교수(1급)는 퇴직 한 달 만에 제주은행에 둥지를 틀었고, 이모 자문역(1급)은 채 3주도 지나지 않아 모건스탠리에 재취업했다. 김모 국장(1급)은 불과 닷새만에 KB생명보험으로 이직했다. 초단기 재취업 시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퇴임 전부터 준비가 돼있었다는 얘기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퇴임 후 2년이 지날 때까지 퇴직 전 5년 동안 맡았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에 취업할 수 없다. 재취업을 위해선 몸담았던 기관의 사전 심사와 승인을 거쳐야 한다.


한은 측은 "해당 금융회사들이 모두 취업이 제한된 기업인 건 맞지만, 공직자윤리위가 이들의 직무와 기존 업무 사이에 밀접한 관련은 없다고 판단해 승인했다"면서 "법률상 문제될 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승진 누락 등으로 거취가 불분명해진 임원에게 활로를 열어주는 한국적 정서를 고려하면, 심사 과정은 상당히 온정적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의견이다.


아울러 법적인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금융회사에 대한 조사·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는 한은의 고위 간부들이 피감기관으로 이직하는 건 도덕적 해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직에 걸린 시간이 상당히 짧았음을 고려하면, 현직 시절부터 '2모작'을 위한 준비가 이뤄졌다는 추정이 가능해 또다른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낙연 의원은 "공직자윤리위의 재취업 관련 규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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