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이지은 기자] 2013년 노벨문학상은 캐나다의 앨리스 먼로(82)에게 돌아갔다. 기대를 모았던 고은, 황석영 등 국내 작가 수상은 다시 내년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여성 작가가 노벨문학을 수상한 것은 역대 13번째이며 지난 2009년 루마니아 출신 헤르타 뮐러가 수상한 이후 4년 만이다.
먼로는 지금껏 13권의 단편집을 썼으며 국내 출간작은 총 5권이다. 그중에서도 현재 판매되고 있는 책으로 '행복한 그림자의 춤', '직업의 광채'가 있다. 작가의 은퇴작인 '디어 라이프(Dear life)'는 국내 출판사인 문학동네가 내달 번역 출간할 예정이다.
먼로는 '단편의 여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단편 작업만을 고집해 왔으며 우리 독자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작가다. 영국의 한 도박사이트는 올해 수상 가능성 2위로 점치기도 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수상자 선정 결과를 발표하며 '현대 단편 스토리의 거장'이라고 묘사했다.
먼로는 섬세한 스토리텔링과 인물의 심리상태 묘사로 정평이 나 있다. 단편 하나에 삶 전체를 재현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일부 평론가들은 '캐나다의 체호프'라고 부르기도 한다.
먼로는 1931년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 태어나 십 대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대학 재학 중 첫 단편 '그림자의 세계'를 내놨다. 1968년 첫 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을 발표하며 캐나다 최고의 문학상인 총독문학상을 수상, 문단의 화제를 모았다.
이후 1971년에 발표한 장편 '소녀와 여성의 삶'은 평단의 호평을 받았으며, 미국 TV드라마로 방영됐다. 단편 '곰이 산을 넘어오다'는 사라 폴리 감독에 의해 '어웨이 프롬 허(Away from her)'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져 전미비평가협회상, 골든글러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지난 6월 13번째 작품집인 '인생에게(Dear life)'를 끝으로 은퇴 의사를 밝혔다.
노벨문학상 외에도 1998년 전미 서평자그룹상과 길러상을, 2004년 길러상과 오헨리상을 받았으며 2009년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노벨문학상은 1901년부터 지금까지 38개국, 106명의 작가에게 돌아갔다. 아시아권에서는 인도(1913 타고르), 이스라엘(1966 슈무엘 요세프 아그논), 일본(1968 가와바타 야스나리·1994 오에 겐자부로), 중국(2000 가오싱젠·2012 모옌), 터키(2006 오르한 파무크)가 수상했다.
후보를 공개하지 않는 스웨덴 한림원의 특성상 한국 작가들이 실제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 문학적 성과를 감안하면 수상자가 여럿 나왔어야 한다는 게 한국문학계의 의견이다.
한국문학이 노벨문학상과 인연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문학의 글로벌화 부족, 즉 마케팅 실패에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이 해외에 번역·출판한 작품은 2001년 설립 이후 10월 현재까지 30개 언어권, 900여건 미만이다. 그중 스웨덴어로 번역·출판된 작품은 고은 4종, 이문열 2종, 황석영 2종이다. 최근 10년간 수상작가 평균 6.6권 출간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다음으로 우리의 사회적 환경도 문제다. 국내 성인인구의 한 달 평균 독서량은 한 권에도 못 미친다. 한국의 독서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꼴찌, 유엔(UN) 191개 가입국 중 161위다. 즉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문학의 성과와 국민적 저력, 세계인들과 공유하기 위한 노력에서 탄생한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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