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매수자 모두 눈치싸움…'취득세 영구인하' 기다려
전체 전세수요는 줄어…강남권 보합세, 강북권 상승세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아직 국회에서 '취득세 영구인하' 등 정부의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이 통과하지 않은 탓에 매도자나 매수자나 관망세예요."(서울 송파구 잠실동 K공인중개소 대표)
주택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각종 부동산 관련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할 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관망하고 있다. 전세시장 역시 추석 전 고공행진을 하던 것과 달리 다소 주춤해졌다.
지난 주말 찾은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내 상가는 조용했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일 때 문의 전화벨 소리가 울렸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중개업소마다 손님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이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 잠실주공5단지 인근 S공인 대표는 "추석 전에는 매매거래가 꽤 있었는데 이후에는 거의 없다"며 "7월 9억9000만원에 거래됐던 전용면적 103㎡ 아파트값이 8월에는 10억원대에 거래되며 가격이 올랐는데 지금은 관망세로 가격도 보합세"라고 말했다. 또 다른 K공인 대표 역시 "아파트값이 추석 이후 제자리"라며 "매도자나 매수자나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취득세 영구인하 정책이 확실하게 결정되지 않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주변에 입주한 지 오래되지 않은 아파트들의 시장 상황도 이와 비슷했다. 잠실동 트리지움 인근 T공인 관계자는 "매매가격은 보합세이고 집 사려는 사람들이나 내놓는 사람들 모두 눈치를 보고 있다"며 "이쪽 아파트 매매가는 6억원 이상이 보통이라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주어지는 양도세 감면과 생애최초 주태구입자 취득세 감면 등은 적용되지 않아 대신 취득세 영구인하안이 국회를 통과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취득세 부담이 줄면 거래가 지금보다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경총포럼에서 강조한대로 시장에서는 법안 통과를 기다리고 있음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당시 서 장관은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4ㆍ1대책 이후 국회에 계류된 법안들이 빨리 처리되는 게 필수"라고 강조했다.
강북권 매매시장도 관망세를 나타내고 있다. 소형아파트 중심으로 전세수요자들의 매매전환수요가 일어나며 아파트값까지 올랐지만 거래가 뜸한 상태다. 마포구 토정동 S공인 대표는 "한강삼성아파트 전용 59㎡의 경우 전셋값이 3억원에 달해 아예 집을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59㎡ 매매가격은 3억7000만~3억800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최소 3억9000만원"이라고 말했다. 매매거래는 추석 전보다 줄어들었다. 그는 "매매문의는 꾸준하지만 급매물이 소진됐고 취득세 영구인하가 언제 소급 적용되는지 등이 불확실해 관망세"라고 덧붙였다.
재건축 중인 아파트의 조합원 분양권 가격도 움직임이 비슷하다. 마포구 용강동 L공인 관계자는 "용강 3구역을 재개발한 'e편한세상 마포3차' 59㎡ 조합원 분양권 가격은 분양가 3억9200만원에 웃돈이 8000만원이었지만 높은 전셋값으로 매수세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웃돈이 1억원으로 올랐다"면서도 "아직 문의전화만 계속 오고 있고 거래는 잘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수요자들이 부동산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다는 것을 다 의식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결정되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아파트 전셋값은 지역별로 다른 양상이다. 강남권 아파트 전셋값은 보합세다. 추석 전 전셋값이 치솟았던 분위기가 사라졌다. 잠실동 Y공인 대표는 "트리지움 84㎡ 전셋값이 추석 전에는 7억원까지도 갔는데 지금은 6억5000만원 선으로 융자가 없는데도 안 나가고 있다"면서 "이쪽 지역은 전셋값이 워낙 고가라 더 오르지는 않은 것 같고, 전셋값 상승세로 수요자들이 미리 움직여 전세수요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강북권에서는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마포구 L공인 관계자는 "추석 전보다는 줄었지만 전세 수요가 여전히 높다"며 "한강삼성아파트 85㎡가 한 달 새 3억8000만원에서 4억1000만원으로 오를 정도"라고 전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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