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정부의 '2014 예산안'은 세 가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 경제 활성화, 공약가계부 이행, 그리고 재정건전성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전에 진행된 브리핑에서 "내년도 예산안은 경제 활력과 일자리에 중점을 뒀다"며 "올해 세수실적이 안 좋고 내년에도 세입여건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기회복세를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재정지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재정건전성을 가급적 유지하면서 총지출을 최대한 확대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안 수준의 재정수지(GDP 대비 -1.8%)를 유지하기로 했다. 총수입은 37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본 예산보다 0.5% 감소하는 가운데 총 지출은 4.6% 증가한 357조7000억원으로 책정했다.
문제는 이 같은 세 마리 토끼 잡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당장 공약 가계부 이행과 재정건전성은 서로 상충된다. 내년 복지예산이 사상 최고 수준인 105조원 수준에 달하듯 재정의 쓰임새는 매년 확대되는 추세다. 정부가 이번에 기초연금 지급을 축소하고 대학 반값등록금을 1년 연기 한 것도 재정건전성 악화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짜면서 내놓은 경제성장률 전망치(3.9%)도 너무 낙관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월에 내놓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4.0%)를 0.1%포인트 낮췄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2.7%)보다는 1.2%포인트 높다. 교역조건 개선으로 수출이 증가하고 내수도 점차 회복돼 올해보다는 경제가 개선될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지만 올해 말로 예상되는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라는 변수는 반영돼 있지 않다. 신흥국의 성장세 둔화라는 하방 위험도 여전히 존재한다.
내년 예산안을 항목별로 보면 경제활력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집중 투입해 재정의 경기 대응 역할에 방점을 두고 있다. 투자 촉진 차원에서 정책금융 자금을 24조3000억원 확대하고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지원에 1조3073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2조8273억원을 투입해 재정지원 일자리 64만6000개를 만들기로 했다. 사회간접자본(SOC)의 경우 당초 3조원 감축을 목표로 삼았지만 실제로는 경기 여건을 감안해 1조원만 줄이기로 했다.
이에 비해 복지 관련 공약 지출은 다소 줄였다. 재정 부담을 최소화시키기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정부는 내년 7월부터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기준 상위 30%를 제외한 나머지 70%에 매달 10만~20만원의 기초연금을 차등적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모든 노인에게 20만원 지급이라는 대선 공약에서 어느 정도 후퇴한 것이다. 이에 따른 예산 소요액은 7조원으로 기존의 7조2000억원 대비 2000억원 줄어든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재정 안전판은 반드시 필요하고 남북관계 변화 등에 대비해서도 재정 건전성은 필수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총지출을 최대한으로 늘리는 것은 경제 활성화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즉 재정지출→경기 회복→세수 확보→재원 마련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균형재정 시기와 관련된 논란은 불가피하다. 이명박 정부 시기때 약속했던 '2014년 균형재정 달성'은 이미 물건너간 상태다. 내년도 예산안은 국회심의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기초연금 등 복지공약 후퇴에 대해서는 야당의 반발이 거셀 것이고 여권도 지역공약 등 표를 의식해 예산안 심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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