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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여성 기업인 우대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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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에~휴, 이럴 줄 알았다."


내년부터 공공기관의 여성 기업 제품 우선 구입이 의무화됨에 따라 여성 CEO(최고경영자)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운 위장기업이 늘고 있다는 소식에 순간 내뱉은 말이다.

중소기업청은 지난 3월 '2013년도 업무보고회'를 통해 여성기업제품 구매비율(5%)을 의무사항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여성기업지원법상 여성 기업은 여성이 사업자등록을 하거나 회사대표(공동대표면 소유지분이 남성보다 많아야 함)로 등기된 기업이다.


정부는 이 같은 정책이 여성 기업인을 늘리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봤다. 그런 만큼 여성 기업인들 모두 두 손 들어 환영할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정작 현장은 달랐다. 여성 기업인들은 '환영할만한데…'라면서도 내심 불안해했다. 혹시라도 역이용하는 여성 기업인 때문에 여성 전체가 욕먹지 않겠느냔 걱정에서였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여성기업 확인서 발급을 신청한 2605개 기업 가운데 11.2%인 291개 기업이 여성 기업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의 경우 여성기업 확인을 신청한 2968개 기업 중 374개가 반려됐다. 올 상반기 추세라면 연말까지 여성기업 신청 및 반려 건수 모두 작년 수치를 훌쩍 뛰어넘게 된다.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여성 기업만큼이나 바지 여성 CEO를 내세운 '위장 여성 기업'도 확 늘고 있는 셈이다. 오죽했으면 일선 현장에서 여성 기업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해 주는 업무만 대행해주는 곳이 있다는 얘기가 나올까 싶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품의 질이 중요하지 여성이 만든 것이 중요하냐'며 여성 대통령 시대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이란 얘기가 나온다. 일부는 남성 기업에 대한 역차별 이라는 격한 반응도 보인다.


그래도 아직은 여성기업 우대 정책의 부작용을 걱정하기보다는 거름을 더 줄 때라고 본다.


지금은 여성 CEO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한경희생활과학의 한경희 대표도 사업 초기 '남편이 무슨 사업을 하다가 망해서 바지사장을 하느냐'는 의혹과 매일 싸웠다. 영업활동을 하면서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을 받은 적도 한두 번이 아녔다.


그래 봤자 10년 전 일이라고? 아니다. 최근 만난 한 여성 기업인도 "사업자금을 대출받으려고 했더니 남편의 보증을 요구해 자존심이 상했다"고 했다. 여성의 지위가 여성 대통령 시대와 맞물려 상승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여성에게 사회참여 기회를 줘야 한다. 그것이 현명한 선택이고 이로 인해 세계가 변화한다"고 주장했던 하버드대의 첫 여성 총장인 드루 길핀 파우스트 처럼 세계는 지금 여성을 미래사회를 열 인적자원으로 주목하고 있다.


여전히 척박한 환경에서 전투하고 있는 여성 기업인들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적절한 '거름'을 주는 것은 대한민국 경제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가서야 되겠는가. 여성 기업인들도 스스로가 발목을 잡아선 안된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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