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동안 불허하던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저축은행을 매각하려고 해도 대부업체를 빼고는 원매자를 구할 수 없게 되자 내놓은 대책이다.
이는 일종의 고육지책이다. 그러다보니 여러 가지 조건을 달았다. 자기자본 500억~1000억원(정확한 액수는 추후 결정) 이상의 대규모 대부업체 중에서 기존 대부업의 신규 영업을 최소화하고 대출잔액을 줄여나가기로 약속하는 경우에 한해 저축은행 인수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인수 후에는 저축은행으로부터 고객을 알선받아서는 안 된다는 조건도 제시됐다. 또한 금융위는 2개 이상 시도에서 영업하는 대부업체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넘겨받기로 했다. 이는 대규모 대부업체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이런 인수자격 조건과 감독 강화만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이런 정도로는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를 둘러싼 우려를 가라앉히기 어렵다. 대규모 대부업체들은 그동안 비제도권에서 저소득 서민층을 상대로 고금리의 약탈적 대출로 막대한 이익을 올리며 규모를 키워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한 영업관행이 저축은행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상호 고객알선을 금지한다 해도 저축은행 대출을 갚게 된 고객이 대부업체의 고금리 대출로 유도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저축은행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대규모 저축은행들의 자본이 주로 일본계라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국민 세금으로 살려낸 저축은행을 일본계 대형 대부업체에 넘겨주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저축은행은 서민금융의 대표 격으로 어느 정도는 사회적 책임성을 요구받는 금융기관이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 자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본계 자본을 더 믿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지금 당장 대부업계와 저축은행 사이의 칸막이를 제거하려는 것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대부업계는 영업 건전화를 통해 신뢰도를 더 높여야 할 처지다. 저축은행은 업황 변화에 맞춰 내부 구조조정을 더 강화해야 할 뿐더러 서민금융에서 지속가능성 있는 수익모델을 찾아야 한다. 대부업계를 포함한 다른 금융업종에 저축은행을 매각하는 문제는 시간을 갖고 금융업 전반의 큰 틀에서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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