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정구현 KAIST 교수는 "한국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엔 정치권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핵심이나 현재의 정치권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23일 "우리나라는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잘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을 주는 성과주의가 정착돼왔으며 이것이 '60년 압축성장'의 비밀"이라며 "최근의 사회 분위기가 이런 성과주의를 해치는 쪽으로 가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대기업의 고임금구조와 중소기업의 상대적인 저임금구조가 고착화되는 것에 대해서도 장기적인 성장에 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는 열심히 일하지 않거나 좋은 성과를 내지 않아도 높은 임금을 받는 비효율이 커지고 있다"며 "이런 부분이 많아지면 어떤 조직, 어떤 경제든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대기업의 고임금은 강성노조와 연계돼 있어 단기간에 이를 수정하기는 힘들어 보인다"며 "그러나 적어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은 갖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생산성에 비해 과도한 급여를 받으면 결국 그 기업이 경쟁력을 잃게 된다"며 "근로자들은 단기적으로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겠지만 결국 근로자들에게도 좋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우리 경제의 핵심적인 문제"라며 "비효율적인 고비용구조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인식과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정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인 창조경제에 대해서도 "취지는 상당히 좋고 현재의 트렌드와도 맞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라는 가치와는 상충되는 측면이 있고 이를 잘 조절하지 않으면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창조경제가 꽃필 수 있는 환경이란 '열심히 하면 대박을 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규제와 감시가 많으면 이같은 (환경 조성이) 힘들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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