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900만을 돌파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가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빙하기를 맞이한 마지막 인류가 좁은 열차 안에서조차 계급사회로 나누어져 갈등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영화 초반에 열차의 꼬리 칸에 탑승한 하류층은 ‘단백질블록’ 이라는 것을 배급받으며 근근이 목숨을 연명하며 살아간다. 손바닥만한 크기에 검고 물컹거리는 질감이 느껴지는 단백질 블록은 꼬리 칸 사람들에게 유일한 식량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햇볕한줌 들어오지 않는 꼬리 칸에서 정체모를 그것을 섭취하면서도 아무 문제없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고 이상한 단백질 블록이 그들에게 에너지를 공급하고 신체 활동을 유지시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들의 유일한 식량은 탄수화물도 지방도 아닌 단백질 블록이었을까? 여기서 우리는 단백질의 역할을 유추해볼 수 있다. 우선 단백질은 그 특별함을 갖는다. 에너지의 공급원이면서 항체, 호르몬과 근육 등의 신체구성분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열차의 꼬리 칸은 햇볕 한줌 들지 않고 비위생적인 곳이라고 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17년간 지내온 사람들이 큰 병에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좁은 열차 속에서 운동을 할 수 없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비만에 걸리지 않는다. 최근 체형관리를 위하여 단백질을 섭취하는 이유는 식품의 특이동적 작용을 위한 에너지가 탄수화물보다 5배나 높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면, 단백질 음식으로 섭취된 열량 중 30%는 음식의 소화 흡수를 위하여 사용되지만 탄수화물은 소화 흡수를 위하여 사용되는 소모량이 6%에 불과하다. 이처럼 단백질은 소화흡수를 위해 사용되는 에너지가 커서 다른 영양소보다 소모량이 크고 지방으로 전환될 확률이 적다. 즉 활동성이 큰 영양소라고 할 수 있다.
단백질은 중요한 신체호르몬의 구성성분으로 작용하는데, 호르몬은 내분비선에서 생산되어 비타민이나 효소처럼 미량으로 대사나 활동을 촉진시키는 중요한 기능이 있다. 즉 에스트로겐, 성장호르몬, 부신피질호르몬, 갑상선호르몬 등과 같은 각종 호르몬을 구성하는 것 역시 단백질이다. 위에서 언급한 호르몬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여 건강을 유지시켜준다.
먼저 에스트로겐은 여성호르몬의 일종이다. 이 호르몬은 폐경이후 급격하게 분비량이 줄어들면서 복부비만과 골다공증을 유발한다. 여성이 나이가 들수록 여성성을 잃고 배가 나오며 뼈가 약해지는 것은 에스트로겐 분비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꼬리 칸 여자들은 단백질 블록에서 섭취한 단백질로 인해 햇볕을 통한 광합성이 충분하지 않았어도 호르몬 작용의 도움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에스트로겐 분비량을 유지한다면 체형유지와 피부미용에 적신호는 덜 켜지게 된다.
성장호르몬은 근육의 동화작용과 단백질 보존을 촉진하여 노화방지와 근육 생성을 돕고, 갑상선 호르몬은 신진대사를 조절한다. 따라서 성장호르몬이 잘 분비된다는 것은 건강한 생활로 젊고 탄력 있는 신체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며 갑상선 호르몬의 경우 에너지 대사, 피부 탄력에 관여하기 때문에 호르몬의 과잉과 저하증은 정상적인 활동에 영향을 끼친다.
마지막으로 부신피질 호르몬은 체내의 다양한 역할을 하지만 식욕과 염증을 통제하는 호르몬이다. 단백질 블록으로 섭취한 단백질은 부신피질 호르몬 분비에 도움을 주어 비위생적인 열차 안에서도 외부 오염물로부터 건강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 호르몬은 자율신경의 조절 등의 기능과 함께 스트레스에 대항하여 건강을 유지시켜주기 때문에 정신건강과 노화 지연까지도 조절할 수 있다.
어느 영화관에서는 설국열차 관람객을 위한 이벤트로 양갱을 간식으로 판매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양갱을 닮은 단백질 블록의 주재료가 바퀴벌레였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나온 후 양갱을 쉽게 먹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단백질의 공급원을 바퀴벌레로 설정한 작가와 감독의 심오한 뜻을 나는 잘 모르겠지만 단백질의 그 특별함을 나는 사랑한다. 단백질 블록이야 말로 비좁고 햇볕이 없는 열차의 꼬리 칸 속 인류에게 생존과 건강이라는 축복을 전해준 것이 아닐까?
전형주 장안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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