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향 의사소통은 사라졌고, 권력은 관료에서 시장으로 넘어갔으며 공직은 위험한 직업 돼"
[수원=이영규 기자]안대희 전 대법관(사진)이 6일 경기도청을 찾았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요청에 따라 도청 직원들에게 특강을 하기 위해서다.
안 전 대법관은 한때 대검 중수부장을 지내며 대한민국의 '실세중 실세'로 통했다. 지난해 대법관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뒤 변호사로 활동 중인 그는 박근혜 정부의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을 맡아 4개월간 외도(?)를 하기도 했다.
안 전 대법관은 이날 경기도청을 찾아 '새로운 시대의 의식과 가치관'을 주제로 자신의 검사 및 대법관 재임시절 경험을 토대로 이 시대 바람직한 공무원상에 대해 강의했다.
안 전 대법관은 먼저 검사시절 가장 비통했던 일로 1995년 발생한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들었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참 창피한 일이지만, 당시에는 담당 공무원에게 용돈을 주면 위험한 물건을 백화점 통로 등에 적치해도 그냥 넘어가는 관행이 있었다"며 "결국 이같은 사회부조리가 종합돼 대참사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또 대검 중수부장시절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가끔 목욕탕에서 기업하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우리나라의 주식이 평가절하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며 "하나는 북한의 위협적인 존재였고, 또 하나는 기업 오너와 경영자들의 투명성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지금 보면 기업인들이 굉장히 조심하고, 세금도 많이 낸다"며 "특권이나 권위주의도 없어졌고, 부정부패도 많이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안 전 대법관은 자신이 일본을 부러워하는 이유도 언급했다.
그는 "일본을 가보니 국세청 직원이 2년간 검찰에 파견나와 근무하는데, 우리처럼 벽이 있는 게 아니고 그 조직에 완전히 동화돼 일을 하는 것을 보고 부러웠다"며 "하지만 우리는 파견직원들이 대부분 시간만 떼우다 가는 경우가 많고, 조직에서도 겉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잘하는 것도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관용이란 측면에서 보면 아주 잘 한다고 세계에 소문이 났다"며 "태안에서 기름이 유출됐을 때 200만명이 모였는데 이중 대부분은 자발적인 사람이었고,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도 우리민족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안 전 대법관은 이외에도 "최근 사회를 보면 한방향의 일방적 의사소통 시스템은 없어졌으며, 권력은 관료에서 시장으로 넘어갔고, 공직은 항상 조심하고 살펴야 하는 위험한 직업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또 "재물은 눈앞의 꽃과 같아서 금새 없어지는 만큼 연연해하지 말고, 질서를 통해 타인에 대해 배려하는 마음을 키워야 한다"며 "조정과 통합을 위해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안 전대법관은 끝으로 "우리사회는 그동안 대충 넘겼던 부분들이 이제는 밥 한그릇, 1만원만 받아도 파면ㆍ징계되는 무서운 세상이 됐다"며 "공무원들도 변화된 시대에 맞춰 적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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