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와 2700억원 잭팟의 그늘 '골프채와의 부적응', 과도한 연애로 연습도 부족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15차례 등판에 우승없이 '톱 10' 다섯 차례.
'차세대 골프황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초라한 성적표다. 지난해 마지막 메이저 PGA챔피언십을 제패하는 등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만 4승을 수확하며 세계랭킹 1위의 카리스마를 발휘할 때와는 상반되는 분위기다. 나이키와의 스폰서 계약이 출발점이다. 10년간 최대 2억5000만 달러(2736억원)라는 '잭팟'을 터뜨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골프채에 대한 부적응이 슬럼프로 이어졌다. 부활은 과연 언제쯤 가능한 것일까.
▲ "골프채가 독(毒)이야"= 지난 1월 유러피언(EPGA)투어 아부다비 HSBC챔피언십에서 '충격의 컷 오프'를 당하면서 새해 벽두부터 가시밭길이 시작됐다. 매킬로이의 골프채 교체 소식을 듣고 "메이커들이 아무리 똑같이 만든다고 해도 타구감과 타구음 등 혼돈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평가한 닉 팔도(잉글랜드)의 경고가 곧바로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실제 카일 스탠리(미국)와 노승열(22) 등 새로 '나이키군단'에 합류한 선수들이나 요넥스에서 캘러웨이로 갈아 탄 이시카와 료(일본) 모두 똑같은 진통을 겪고 있다. 매킬로이는 특히 총체적인 난조다. 드라이브 샷이 좌우로 흩어지면서 '멘탈 붕괴'로 이어졌고, 100야드 이내의 어프로치 샷마저 그린을 벗어나는 일이 빈번했다. 그린에서는 나이키 메소드 퍼터 대신 예전에 사용하던 스카티 카메론을 선택하는 고육지책까지 동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매킬로이는 4주 동안 아예 투어를 접고 연습에 매진하기도 했다. 그나마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적응하고 있다는 게 위안거리다. '플레이오프 1차전' 더바클레이스 둘째 날 6언더파, 2차전 도이체방크 셋째 날 7언더파를 작성하는 등 특유의 '몰아치기'도 간간이 나오고 있다. 오는 12일 밤 미국 일리노이주 레이크포레스트 컨웨이팜스골프장에서 개막하는 3차전 BMW챔피언십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 "골프채는 무슨, 연애가 문제지"= 전문가들은 그러나 "골프채 교체에 따른 적응기로는 너무 길다"며 과도한 연애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매킬로이의 애인이 바로 한때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세계랭킹 1위에도 올랐던 캐럴라인 보즈니아키(덴마크)다. 2011년 두 번째 메이저 US오픈 우승 직후 어린 시절부터 사귀었던 스위니라는 여자친구와 헤어졌고, 한 살 어린 보즈니아키를 사귀기 시작했다.
매킬로이는 사실 보즈니아키의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전 세계를 여행하는 등 많은 시간을 쏟아 부었다. '골프전설' 게리 플레이어(남아공)는 그러자 "(매킬로이는) 훌륭한 재능을 갖췄다"며 "젊어서는 사랑이 먼저일 수도 있지만 나처럼 헌신적인 아내를 만나는 게 바람직하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매킬로이가 최근 보즈니아키와의 결별설을 보도한 일부 언론에 대해 "추측성 보도는 99.9% 잘못됐다"며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대목에서 설득력이 있다.
일각에서는 '헝그리정신'의 부재도 지적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하면서 천문학적인 돈까지 벌어들여 더 이상 목표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청야니(대만)의 내리막길과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데이비드 레드베터(미국) 역시 "재능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며 "정신적인데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매킬로이가 다음달 '한국원정길'에 나서 국내 팬들에게는 더욱 관심사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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