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서울시가 무상보육 예산을 둘러 싼 정부와의 갈등에서 한발 물러섰다. 일단 올해 예상 부족분에 대해 20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해 정부의 지원금을 합쳐 충당하기로 했다. 이달 말 예상되는 양육수당 미지급 사태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5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0세~5세 우리 아이들 무상보육을 위해 서울시가 지방채를 발행하겠다"며 "올 한해 서울시의 자치구가 부담해야 할 몫까지도 서울시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시가 올해 무상보육을 위해 지급해야 할 양육비는 1조656억원이다. 하지만 시가 책정한 예산은 6948억원에 불과해 이미 바닥난 상태다. 지난달 말 25개 자치구 중 17개가 이미 이달 2일 지급할 보육 수당으로 줄 돈이 없어 미지급 사태가 우려됐었다.
이에 시는 그동안 정부지원금 조기 집행 및 국회의 국고보조율 상향(20→40%) 관련 법률 의결 등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시의 추경 편성을 조건으로 지원금 조기 집행을 거절했다. 국회에서 계류 중인 국고보조율 상향 조정 관련 법률도 여야간 갈등으로 언제 의결될 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시는 무상보육비 부족분 3708억원 중 2000억원은 지방채 발행을 통한 추경 편성으로 확보하고, 나머지는 정부가 주기로 예정돼 있는 지원금 1300여억원 등으로 충당하기로 한 것이다.
한편 시의 지방채 발행은 2009년 금융위기 때 6900억원을 발행한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박 시장 취임 이후 다소 감소했던 부채가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시의 지난해 부채는 2조9661억원으로 3년 만에 2조원대로 감소하는 등 줄어드는 추세였다. 하지만 이번 지방채 발행으로 시의 부채 규모가 다시 3조원대를 회복하는 등 늘어나게 됐다.
한편 박 시장은 "올해는 이렇게 넘어가지만 지금처럼 열악한 재정으로는 내년에는 정말 어찌할 수가 없다"며 정부와 국회를 향해 영유아 보육법 처리를 촉구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무상 보육은 우리 공동체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비젼과 방향, 원칙과 책임의 문제로 핵심은 바로 지속가능성"이라며 "서울시가 어렵고 힘든 결단을 내린 만큼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답 할 차례"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중앙 정부가 무상 보육 정책과 재정 모두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꼭 지켜달라"고 당부했고, 국회를 향해서 "벌써 10개월째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영유아 보육법을 꼭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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