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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공장, 버려진 장례식장이 예술가의 놀이터로 변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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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프랑스의 '르 셩카트르'는 버려진 장례식장 건물을 2008년 복합문화공간으로 개조한 시설물이다. 르 셩카트르는 개인 및 작가그룹의 공동작업실, 워크숍 공간 등 문화예술 창작의 산실 역할을 한다. 이곳에선 모든 장르의 창작활동을 비롯해 조형예술, 음악, 무용, 연극, 패션, 디자인 등이 전시, 상영되며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따라서 시민과 창작자의 소통공간으로 인기가 많다. 주요 시설로는 대형 홀 2개, 아틀리에 18개, 사무실 12개, 강당 2개, 아동시설, 전시실, 카페 등을 갖추고 있다. 르 셩카트르는 유휴공간을 재생시켜 어떻게 도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사례로 유명하다."


르 셩카트르처럼 문화예술 창작공간이 도시재생 기법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 창작공간은 도시의 문맥과 새로운 연결고리를 형성, 소통과 공유라는 생명력을 부여한다. 또한 문화예술 창작공간은 도심공동화 해소, 산업 대체 효과 등으로 이미 외국에서 도시재생 모델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 도시재생에 문화예술 성격 부여=영국 게이츠 헤드 도시개발사업, 이탈리아 밀라노 조나 토르토나 지역 조성 등은 도시 재생에 문화생산 기능을 접목시킨 사례로 손꼽힌다. 또한 성격이 조금 다르긴 하나 미국의 오리건 주 포틀랜드시 맥주공장 재생, 호주 미들랜드 워크숍 재생 등 상업문화의 모델을 제시한 예도 있다. 이미 시청사, 공장 이전 터, 도심 재개발지역 일부를 활용해 문화창작 혹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 도심 기능을 재배치하는 경우는 수두룩하게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공장 이전지 혹은 폐산업시설을 재활용, 문화 창작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문화 인큐베이터' 역할을 수행토록 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구로 독산동의 '금천예술공장'과 '문화역 서울 284'가 대표적이다. 금천예술공장은 2009년 서울문화재단이 조성한 창작공간이다. 이 공간은 인쇄공장 이전 자리에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조성됐다. 현재 레지던시 스튜디오 19개실, 호스텔 5개실, 12팀의 입주 작가 공동작업실 및 공연연습실 등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선 수시로 무용, 공연, 설치, 퍼포먼스가 열린다. 금천예술공장이 민관협력으로 조성된 도시재생시설의 일종이라면 인근 문래동 예술창작촌은 자생적 창작인 거리로 탈바꿈된 지역이다. 낙후된 소규모 철공장들이 이전한 자리에 도심에서 창작공간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예술인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낡은 공장, 버려진 장례식장이 예술가의 놀이터로 변신하다" 금천예술공장은 창작자와 시민이 만나는 소통공간이다. 또한 상시적인 전시, 공연 등이 열려 주요한 문화인프라 역할을 한다. 작품 전시회에 참여한 시민과 작가가 대화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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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 서울 284'의 경우 낡은 시설물인 '서울 역사'를 개조해 시민들이 전시, 공연, 강연 등 문화 행사를 향유, 감상, 참여할 수 있게 한 복합문화공간이다. 비록 문화생산 시설은 아니나 역사성을 간직한 시설물을 문화공간으로 재활용했다는 측면에서 좋은 본보기다. 금천예술공장과 문화역 서울 284는 정부 및 지자체의 컬처노믹스 정책에 따라 예술가에게 예술창작 지원 서비스 및 공간을, 지역민에게는 문화향유 기회와 문화예술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창작과 향유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마포 당인리 화력발전소가 문화예술 창작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 폐기 직전인 화력발전소 4, 5호기를 개조해 창작 및 향유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설계가 진행 중이며 오는 2018년 완료된다. 당인리 발전소는 폐산업시설을 활용, 창작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는 80여년이 넘은 발전소의 역사적 흔적과 기억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마포 홍대거리 등과 연계할 수 있는 문화 허브, 문화 콘텐츠 인큐베이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거대한 산업플랜트와 문화예술이라는, 이질적인 요소가 불러일으키는 흥미도 만만치 않다.


조성이 완료될 경우 독립예술가들이 모여 장르와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한데 어우러져 신진, 기성 할 것 없이 나이와 유명, 무명을 뛰어넘어 새로운 문화 생산의 메카로 자리 잡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세종문화회관-서울역-마포 홍대거리-당인리 발전소로 연계되는 문화생산벨트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기존 산업을 대체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문화 콘텐츠 원형이 생산돼 문화 서비스 및 문화 비즈니스산업, 디자인산업, 펀산업 등으로 파급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김연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전문위원은 "문화 인프라는 굴뚝 산업이 이전한 자리에 산업 대체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시 재생의 대안이 되고 있다"며 "용산 서계 복합문화공간, 당인리 발전소 및 마포 창작발전소 조성은 향후 도심 재생의 중요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문화창작공간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남산창작센터나 예술의 전당 내 국립예술기관이 보유한 연습실 정도가 고작이다. 따라서 도심 내 문화 생산거점 부재를 도시재생과정에서 기능적으로 재배치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김태훈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국장은 "산업화시대의 유산인 당인리 발전소를 창조적으로 재활용해 우리나라 미래 예술의 발신기지'로 변모시켜 새로운 유형의 문화예술 공간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마포 등과 연계,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뤄지는 문화 생태계를 형성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창작과 문화 향유가 한자리에서=마포문화원을 리모델링해 음악창작소로 탈바꿈시키는 작업도 한창이다. 마포문화원은 현재 유휴시설로 사용치 않고 있으나 인근 홍대거리 등 문화 환경이 뛰어난 곳에 입지해 있다. 그러나 홍대거리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음악단체 및 독립음악인들은 창작 터전이 없어 외곽으로 떠나는 상황이다. 사실상 자생 기반이 될 수 있는 창작인프라 부재로 홍대거리가 향유, 소비 기능에 한정돼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음악창작소는 음악 연습실, 녹음실, 음반 제작, 공연 개최 등을 원스톱으로 수행할 수 있는 근거지 역할을 수행하게 될 전망이다. 이달부터 작업을 시작해 오는 12월 문을 연다. 마포 음악창작소에는 6개 독립음악단체가 참여한다. 총규모는 218평으로 운영주체는 사단법인 한국음악발전소가 맡는다. 올해 리모델링 설계 및 공사를 거쳐 시설 장비를 구축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창작자들이 입주, 활동하게 된다.

"낡은 공장, 버려진 장례식장이 예술가의 놀이터로 변신하다" 금천예술공장의 전경. 당초 낡은 인쇄공장이 이전한 자리에 문화 생산 인큐베이터'를 조성, 공장지대를 문화생산지대로 탈바꿈해 나가고 있다.


현재 서울은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 전당이 강남북에 각각 자리해 문화 향유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연계성이 부족하고, 실질적인 문화생산 클러스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문화창작공간 조성은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소규모의 금전적 지원 위주로 이뤄지던 것에서 자생력 기반 조성을 위한 창작 인프라 지원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문화 생산자, 조건의 문제 해결= 창작자들에게는 여전히 공간문제 해결이 미흡한 상태다. 따라서 다른 부도심 등에도 더 많은 창작공간이 요구된다. 문화 예술 창작자는 항상 두 가지 문제에 봉착해 있다. 조건(인프라 등)과 역량의 문제다. 창작자에게 창작 조건 즉 공간 문제는 가장 심각하면서도 절실하다. 여기에는 사회적 환경, 인프라 등이 포함되는데 공간 문제 해결 없이는 제대로 된 창작활동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동안 부동산 가격 폭등은 문화 생산자들로 하여금 도시 밖으로 밀려 나거나 창작을 포기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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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여럿이 모여서 협업을 필요로 하는 공연예술 등은 집합, 연습 공간 부족으로 창작의 어려움을 더 많이 겪는다. 도시는 낡은 환경을 개조해야 하고, 낙후된 산업을 대체해야 할 필요성과 산업 및 기능 재배치, 도시 재생 등을 위해 문화예술창작자들의 역할이 새롭게 조명돼야할 상황이다. 또한 문화예술 창작공간은 '인큐베이터' 혹은 문화 생산 '클러스터'로서 도시 재생의 새로운 대안이 된다. 이런 공간은 점차 연속적인 문화벨트로 성장, 도시 발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준다.


임종엽 인하대 건축학과 교수는 "도심 재생과정에서 문화 생산 기능을 더 함으로써 기존 산업 및 인구 공동화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면서 "유휴공간에 핵심가치와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문화예술과 연계할 수 있는 기능 보완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또 "이는 도심 재생 과정에서, 기능 복원, 문화 회복 등 다양한 창조적 상상력을 더할 수 있어 문화와 공간 통합을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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