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역발상…"성과 못냈지만 회사 경쟁력 이끌 값진 경험" 포상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제강기술개발팀은 최근 새로운 탈산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탈산이란 제강공정에서 불순물을 없애기 위해 쇳물 속 산소를 제거하는 과정으로 주로 알루미늄을 쓴다.
알루미늄이 t당 250만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이다보니 원가 부담이 컸고, 탈산과정에서 산소와 알루미늄이 결합하면서 새로운 물질이 생성돼 원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루미늄 없이 산을 없앤다'는 제강기술개발팀의 도전은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했으나 실제 적용과정에서 일부 설비여건과 맞지 않아 상용화하기에는 이르다는 결론이 났다.
성과를 내진 못했지만 회사는 그들에게 상을 줬다. 지난 20일 열린 사내 기술경연대회인 포스코패밀리 기술콘퍼런스에서 이 팀은 '실패상'을 받았다. 성공했다면 회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값진' 실패라는 뜻이다. 이 상은 올해 처음 생긴 상이다.
이번 기술개발에 참여한 김성철 프로젝트리더는 "기존에는 '괜히 시도했다가 안 되면 어쩌지'라는 걱정에 미리 포가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의미 있는 실패를 기억해주고 보상해주다보니 좋은 아이디어라면 실패를 무릅쓰고 실행에 옮겨볼 용기가 생긴다"며 "기술을 보완해 꼭 성공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상을 따로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포스코 내부에서는 이미 실패사례를 공유해 기술개발에 활용하는 일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사내 온라인 학습동아리에 운영중인 실패토론방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전사적으로 도입한 스마트워크플레이스 덕분에 정보공유가 더욱 쉬워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실패를 감추는 게 아닌 적극적인 공유대상으로 바꿔 후임자나 비슷한 업무를 하는 직원들의 추가 실패를 줄이는 집단지성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가 연구개발 분야에 집중하는 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철강경기 침체와 맞닿아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이 지속되면서 과거와 같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생긴 것. 결국 차별화된 기술의 차이가 철강사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 요소가 됐다.
포스코가 지난 2010년부터 매년 철강전문분석기관인 월드스틸다이내믹스로부터 가장 경쟁력 있는 청강업체로 꼽힌 것 역시 혁신적인 기술,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를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모두 끊임없는 연구개발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포스코는 최근 진행한 기술콘퍼런스에서는 연구개발을 격려하기 위해 우수아이디어상과 도전상을 신설한 것도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기 위함이다.
포스코패밀리 기술콘퍼런스는 포스코의 보물창고다. 1989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콘퍼런스에서는 철강분야를 중심으로 소재ㆍ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의 논문이 발표된다. 올해까지 발표된 논문만 총 6179편에 달한다. 모두 포스코의 자산이자 경쟁력이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기존 사고의 틀을 깨는 발상의 전환과 무한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는 창조적 혁신이 필요하다"며 "회사는 누구나 아이디어가 있으면 자유롭게 제안하고 공유할 수 있으며 참여와 토론에 의한 아이디어 굴리기를 통해 함께 키워나가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놨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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