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군사 개입 초읽기...주식 금 요동
[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이로 인한 금융시장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뉴욕증시는 26일(현지시간) 존 케리 국무장관의 긴급 기자회견이 나오자마자 급락한 반면 금 가격은 반등했다. '시리아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케리 장관은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 "화학무기 사용은 용서할 수 없는 도덕적 유린이자 기본 인권을 짓밟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 사안에 대해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관련 정보를 바탕으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외교가와 언론들은 이를 사실상 미국의 시리아 군사개입 선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오바마 정부는 그동안 시리아에 대한 군사 개입에 매우 신중한 자세를 보여왔다. 반군을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막상 알아사드 정권을 상대로 한 군사적 대응은 주저했다.
시리아 내전상황 만으로는 군사적 개입의 법적 근거나 명분이 약하다는 기류였다. 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심각한 후유증도 고려했어야 했다.
하지만 지난 21일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로 의심되는 로켓 공격으로 반군과 민간인 1300여명을 희생시키는 상황이 발생하자 분위기는 급변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들은 이미 알아사드 정권을 겨냥, 민간인에 대한 화학무기 사용은 명백한 '레드 라인(금지선)'이라고 경고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정부가 금지선을 넘어서자 더 이상 주저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 이른 셈이다.
미국 국방부는 이미 한 달 전부터 시리아 내 공격목표 리스트를 작성했고, 백악관 안보팀도 최근 이에 대한 검토작업을 벌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케리 장관의 기자회견은 오후 3시쯤 열렸다. 이때까지 다우지수 등 증시 주요 지수는 모두 상승세를 기록 중이었다. 미국의 7월 내구재 주문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발표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출구전략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케리 장관 발언이후 매도세가 급증하면서 뉴욕 증시는 모두 하락 마감했다. 시리아 군사 개입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감이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든 것이다.
다우지수는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1만5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금 값은 뛰기 시작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금시세는 오전 중 0.2% 떨어진 1393.10달러였지만 케리 장관 발언 이후 강세를 기록하며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온스당 1400달러 선을 뛰어넘어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주식과는 정반대로 중동 정세 불안이 안전 자산으로 간주되는 금에 대한 매수세를 살려낸 때문이다. 미국의 출구전략에 흔들려온 글로벌 금융시장은 한동안 '시리아 리스크 '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할 전망이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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