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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이빈섬의 '울음공원'

시계아이콘00분 42초 소요

울음의 융단을 본 적이 있다/나무와 나무 사이 서로를 당기는 힘/배재공원 통째로 한 겹 천을 잣는다/늦여름일수록 올라가는 교성(交聲)은 상공에 처져/건장한 벌레들이 눕는다/늦게 불붙은 몸의 죽도록 그리움/죽음의 그리움/태어난 것들의 모든 문제는 울음이다 울음보다/더 부드럽고 쓸쓸한 비단을 본 적이 없다/천지가 태어난 7일 동안 으슥한 혀를 섞어/야동 한편 찍고간 것들은 복받은 명낭(鳴囊)이다//저음은 꿰어지지 않는 바늘귀 앞에서 자꾸 휘어진다/울음의 계단을 본 적이 있다 데시벨의 위계에서/높은 사랑은 높은 나무에서 출렁거리고/질 낮은 연애는 지상의 해먹 위에서 꿀렁거린다/간신히 사랑하거나 그냥 가버리는 8월이/어디든 있다 소개팅 한번 못나간 채/밟혀죽는 중국매미들 소리없는 것이/가장 무섭게 죽는다 인해전술처럼/하계는 침묵의 융단이다/깔려죽는 몸의 빛은 고음의 목젖에 걸린다/죽여도 죽여도 죽여지지 않는 묵시록 한 줄/곧 침묵이 울음보다 높이 걸리는 날이 올 것이다/소리들이 회화나무가 되어 우는 걸 보았다


이빈섬의 '울음공원'


 ■ 공원의 나무 줄기마다 매미 허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주검도 소리 없이 아우성을 치는 것처럼 치열한 포즈로 말라붙은 몸. 힘겨웠던 날들을 사진으로 돌아보듯 소리와 울음과 노래는 하나의 이미지가 되어 있었다. 육신이 빠져나간, 울음과 사랑이 빠져나간, 정적의 공원을 지나가며, 지난여름 그토록 귓속 가득 돌아다녔던 소리의 시간을 떠올렸다. 나의 서소문 시절도 저렇게 나를 빠져나갔을까. 당신 생각으로 울음주머니가 터지도록 쏟아 냈던 언어들은 어디로 갔을까. 두리번거린다, 기억도 끔찍하지만 그 뒷날의 정적 또한 끔찍하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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