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애물단지...물고기 떼죽음 못 막아...연간 관리비용 눈덩이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최대 '치적'으로 꼽혔던 '청계천'이 시간이 갈수록 '애물단지'가 돼 가고 있다. 도심 휴식처로서의 역할은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지만, 빠른 시일 내에 효율만 따져 복구하다 보니 하천의 생태적 기능을 무시한 '인공 콘크리트 어항'으로 돼 있어 매년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 '부실'이 나타나고 있다. 관리비용도 갈수록 늘어나 2005년 복원시 예상했던 것보다 4배가 넘는 금액이 매년 들어가는 등 '세금 먹는 하마'가 되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집중호우가 내린 직후 청계천 동대문 구간에서 물고기 400여마리가 죽은 채 떠올랐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희석되지 않은 오수가 청계천에 유입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물고기 때죽음 사건은 매년 여름철이면 되풀이되고 있다. 서울시설공단의 '공식' 집계로는 2006년과 이번뿐이지만, 이 외에도 매년 1~2차례씩 집중 호우가 내릴 때마다 물고기 떼죽음 현상이 시민들에 의해 목격되고 있다.
이같은 물고기 떼죽음은 2005년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이뤄진 복구 공사가 지닌 구조적인 문제점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청계천은 하수관거가 빗물과 하수(오폐수)를 동시에 처리하는 합류식인데다가 15분에 3㎜이상의 비가 쏟아지면 수문이 자동으로 열리기 때문에 기습폭우시 하수관로 내 오폐수가 빗물과 함께 청계천으로 흘러들어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환진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장은 "청계천이 대장균에 오염되거나 오폐수 유입으로 인해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의 수질오염문제는 청계천 복원 이후부터 줄곧 거론되고 있는 문제"라며 "이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진지한 생태학적 고민 없이 '인공 콘크리트 어항'을 졸속으로 만든 것으로 인한 '당연한' 부작용 중 하나"라고 말했다.
문제는 뾰족한 개선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청계천 관리를 맡은 서울시설공단은 물고기 떼죽음을 막기 위해 비가 올 때 방류수를 늘려 수질을 유지하는 방식을 쓰고 있지만, 비가 너무 많이 올 경우 효과가 거의 없을 뿐더러 서울 시내의 침수를 막기 위해라도 방류수를 무한정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대형하수관거를 따로 묻어 오수와 빗물을 완전 분리 처리하는 방법도 있지만 수천억원 이상의 예산을 써야 한다. 그나마 청계천과 연결된 모든 하수관거를 빗물과 오수로 분리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울시는 청계천 하류 2곳(한양여대 앞, 살곶이공원 부근)에서 물을 가로막는 보 역할을 하고 있는 하수도 차집관거를 하천 바닥 높이 이하로 낮춰 청계천 전 구간의 유속을 높여 오폐수를 신속히 배출시키는 공사를 추진 중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설공단 관계자는 "물고기를 살리자고 서울 시내를 침수시킬 수는 없지 않냐"며 "청계천은 구조적으로 침수 방지를 위해 오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물고기를 죽이지 않으려면 오수ㆍ빗물을 분류해 처리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매년 늘어나고 있는 청계천 관리 예산도 적잖은 부담이다. 한강 물을 끌어 올려 방류하는 인공하천의 특성이 갈수록 예산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 청계천 관리 비용은 지난해 78억3000만원으로 2005년 복원 이후 가장 많았다. 서울시가 여태 청계천 유지 관리에 쓴 돈은 총 563억5800만원에 달한다. 청계천 복원공사에 들어간 총 비용(3900억원)의 14.4%다. 서울시의 청계천 유지 비용은 2007년 72억2900만원을 기록하면서 70억원대를 돌파한 후 2010년 77억8300만원, 2011년 78억900만원 등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시는 당초 연간 관리비용으로 18억원을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그 4배가 넘는 액수가 매년 투입되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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