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2주만에 3000만원 올렸다. 상한가 넘었다고 해도 일단 올리고 본다. 남들 다 올리는 데 우리도 올리고 싶다는 식이다.”(약수동 K중개업소 대표)
“2년전보다 8000만원 오른값에 물건을 내놨다. 낡은 시설 고쳐준 것 하나도 없다. 그냥 올려달라는 막무가내식 집주인과 결국 이삿짐 싸는 세입자들 보면 중개하는 우리로서도 말이 안나온다.”(정릉동 M중개업소 관계자)
강북권 전셋값이 요동치고 있다. 휴가철 비수기에도 강세가 이어지며 곳곳에서 세입자들의 비명이 이어지고 있다. 월세시장도 마찬가지다. 하락세란 통계와 달리 신혼부부 등 2~3인 가구가 차지하는 월세시장은 24평 기준 ‘월 100만원’ 시세를 형성하며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전세에서 월세 전환비중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세는 줄어드는 물량에 강세, 월세는 늘어나는 수요에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전세시장은 가격상승과 매물부족으로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0.1% 상승했다. 재계약률이 늘고 있는 데다 집을 구입할 여력이 있는 소득층까지 전세를 선호, 전세 물건부족은 심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강북권 강세가 두드러진다. 관악구가 0.28% 상승한 것을 비롯해 ▲동대문(0.26%) ▲강북(0.23%) ▲구로(0.21%) ▲금천(0.21%) ▲도봉(0.17%) 등 대부분 지역이 상승했다. 관악구에 위치한 ‘관악산휴먼시아2단지’와 ‘서울대입구삼성’은 한 주만에 1000만원이 올랐다.
시내 중심에 위치, 동서남북 어디로든 이동이 수월해 직장인은 물론 신혼부부들의 수요가 끊이질 않던 신당동과 약수동 일대도 유례없는 전세비상을 겪고 있는 상태다. 약수역 일대 2300가구의 대단지인 ‘약수하이츠’ 57㎡(전용)는 7월 중순 2억6000만원에서 8월초 2억8000만원까지 뛰었다. 같은 평수의 매매값이 최저 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전셋값이 매매값 수준에 이미 도달한 셈이다.
이밖에 동대문에 위치한 ‘전농동 SK’, ‘답십리동 경남’ 등도 모두 1000만원 이상씩 값이 뛰었다. 강북구에서는 최고 2000만원 오른 단지가 포착됐다. ‘미아동 경남아너스빌’과 ‘벽산라이브파크’는 일주일 새 5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올랐다.
방학때를 맞아 학군수요가 꿈틀대던 노원구 중계동 일대도 상황은 비슷하다. 경남, 롯데, 상아 등 모두 500만~1500만원씩 상승한 가운데 월세로 전환되는 수요도 최근들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인근 M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재계약이 성사된 사례도 모두 3000만원 이상씩 보증금을 올린 경우”라며 “전세물건이 없다보니 어느정도 값을 올려도 결국 팔려나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은선 부동산114 대리는 “비수기인 탓에 전세수요가 늘진 않겠지만 평년에 비해 입주량이 적고 월세 전환, 재계약 등으로 기존 전세물량이 시장에서 사라져 전세물건은 더욱 구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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