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미국의 출구전략 시사 이후 신흥국의 화폐 가치가 급락하고 있지만 위안화의 '나홀로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와같은 흐름에는 정치적·경제적 '수퍼 파워'로 거듭나고자하는 중국 정부의 야심이 반영돼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일 달러·위안 환율을 달러당 6.1778위안으로 고시했다. 최근 한 달간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상반기 들어서 위안화 가치는 21차례나 최고치를 경신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05년 7월 중국이 위안화 환율 제도를 개혁한 후 8년간 위안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34%, 유로화 대비 20%나 상승했다.
일본 정부는 의도적인 엔화가치 하락을 통해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경기둔화와 수출 감소 등에 대한 우려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위안화 강세를 용인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성장률 둔화를 수용하면서 경제개혁의 속도를 높이고 있는 최근의 흐름과도 연관된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강세에 중국 정부가 별다른 개입 하고 있지 않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특히 여기에는 시장 움직임에 환율을 맡겨둠으로써 개방 경제를 지향하고 중국 정부의 개혁적 성향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싱가포르의 한 거시경제 전문가는 "중국이 지정학적 수퍼파워를 누리려 할수록 위안화 강세를 용인할 가능성이 크다"며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국부펀드들이 위안화 표시 자산을 늘리고 있는 것도 위안화의 지위 상승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FT는 기업대출 조건을 평가할 때 기업의 달러 뿐 아니라 위안화 보유 규모를 보는 아시아 은행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위안화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 상승과 향후 위안화 강세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반영돼 있다.
위안화 강세 기조에는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고자 하는 중국 정부의 목표도 들어있다. 아직 중국 금융시장의 개방성이나 정치적 리스크와 같은 측면은 미흡하지만 위안화의 유동성과 안정성이 확대되면서 위안화 국제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실제로 인민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위안화 무역결제 규모는 2조5000억위안(약 373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나 급증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피터슨 국제경영연구소(PIIE)는 2020년께 위안화가 달러를 누르고 기축통화가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위안화 강세가 가속화되면서 위안화 표시 자산 사들여 차익 거두려는 헤지펀드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펑 가오 도이체뱅크 중국법인 사장은 "현재 가장 좋은 것은 엔화를 빌려 위안화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최소한 3%의 스프레드 차익을 볼 수 있으며 변동성 또한 낮다"고 말했다.
다만 위안화 강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위안화가 강세를 지속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지적도 많다. 중국의 경기지표가 악화되고 있는데다 중국 정부가 환율 변동폭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어 위안화 강세 기조가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크레디리요네(CLSA) 증권의 크리스 우 전략가는 "향후 12개월간 달러대비 위안화 가치가 2.4%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출금리 자유화 등 중국 정부가 자본통제를 완화하고 있어 위안화 가치 하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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