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강]
광주 조선대 후문에 둥지…공예품 교육·판매 협동조합 겸 마을기업
김별 대표 “어렵던 시절 되새기며 다문화 여성들 위해 평생 봉사”
다문화 이주여성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교육도 시켜주는 협동조합 겸 마을기업이 여성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광주광역시 동구 조선대학교 후문 인근에 위치한 ‘까맹’이 그곳이다. ‘까맹’은 카페의 ‘카’와 만들다의 사투리 맹글다의 ‘맹’을 합쳐 읽기 쉽게 바꾼 이름이다.
‘까맹’의 조합원은 10명. 한국인 6명과 다문화여성 4명(중국,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베트남)이 일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연합회 비즈공예분과와 리본공예분과 회장을 맡고 있는 김별(52·여)대표가 지난 3월 이곳을 설립했다.
김 대표는 “한국사회에 편입된 다문화 여성들이 이질감 없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오롯이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늘 고민해 왔다”며 “커피 향을 맡으며 공예를 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데 이들과 함께한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아 협동조합 겸 마을기업을 만들었다”고 설립 배경을 밝혔다.
김 대표 덕분에 ‘까맹’은 다문화 여성들에게 오아시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돈을 벌어야만 하는 이주여성들. 그들은 이곳에서 비즈공예나 리본공예 등의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해 어엿한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까맹’에서는 비즈, 리본, 펠트, 숯, 양말, 냅킨, 한지, 비누 등을 이용한 10여 가지 공예작업 및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김 대표는 마을기업에 대한 지원금으로 공예에 필요한 재료를 구매해 매주 금요일 오전 이주여성 15명에게 공예강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직접 교육에 나서고 있다.
‘까맹’은 조선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덕택에 여대생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 있다. 특히 비즈를 이용한 팔찌 등은 여대생 고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작은 카페, 또는 마을기업이라서 제품의 품질이 뒤처질 것이라는 짐작은 어디까지나 편견일 뿐이다. ‘까맹’ 가족의 솜씨도 솜씨이지만 재료 역시 탄탄한 것들, 제대로 된 것들을 쓰고 있다.
예를 들어 목걸이를 만들 때 펜던트는 ‘스와로브스키’ 제품을 사용하기도 한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스와로브스키’는 오스트리아의 명품 크리스탈 주얼리·액세서리 브랜드이다. 말하자면 ‘까맹’은 여성들이 선호하고 또 지속적으로 찾을 만한 ‘명품공예’를 추구함으로써 제대로 된 브랜드의 이미지를 쌓아 가고 있다.
다문화 여성들의 창작 공간이면서 일반인들도 들러 가는 곳이기에 ‘까맹’에서는 다양한 커피를 팔고 있다. 그런데 메뉴판이 색다르다. 1500원부터 비싸게는 2만5000원까지의 다양한 공예품 목록이 적혀 있다. 직접 공예를 체험하거나 마음에 드는 작품을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때문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좋은 커피를 부담 없는 가격에 마시고, 공예를 체험하며, 마음에 드는 제품을 사는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린다.
김 대표가 이렇게 다문화 여성들을 돕기 위해 발 벗은 것은 11년 전이다. 당시 집안사정이 갑자기 나빠져 어떻게든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절박함으로 좁은 공간에 공예점을 차렸다. 열정과 인내의 시간이 흘러 김 대표 가족은 일어섰고, 다문화 여성들을 위한 일터이자 배움터로 진화했다.
10여년 동안 어려움을 겪으며 김 대표는 ‘봉사’를 하면서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김 대표는 “내 자신도 어려운 생활을 겪었던 터라 타국에서 온 이들의 어려움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면서 “생각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이주여성들을 도와야 하겠다는 마음으로 어려운 시절 배웠던 공예를 이들에게 가르쳐줬는데 이제는 하나 둘 전문가가 되고 있어 뿌듯하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김 대표는 “봉사를 하며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즐거운 것인지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라며 “알게 모르게 소외계층을 위해 봉사를 해왔지만 앞으로는 중국의 소수민족을 위한 공예카페를 차리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살아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선강 기자 skpark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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