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창환 대기자] 월급쟁이는 '봉'과 동시에 '호구'인가? 정부의 조세연금 정책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부족한 세금을 월급쟁이로부터 더 걷겠다더니 이번엔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주기로 했던 기초연금을 안주거나 덜 주는 방안을 마련했다.보건복지부 산하 국민행복연금위원회는 17일 기초연금 방안으로 '65세 이상 노인 중 70% 또는 80%(소득 또는 인구 기준)를 대상으로 하고 액수는 월 20만원씩 일괄 지급하거나 소득(국민연금 수령액 포함)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는 복수안을 발표했다.
월급쟁이들은 소득이 다 드러나는 유리지갑으로 세금을 또박또박 내왔다. 연말정산을 통해 카드다 병원비다 비용을 증명해 세금 일부를 돌려받았다. 정부가 재원 마련을 위해 카드공제 등 연말정산의 각종 공제를 축소하겠다고 한 게 바로 얼마 전이다. 13월의 월급이라며 흡족해 하지만 내돈을 국가에 미리 줬다가 돌려받았을 뿐이다. 사업자들은 일년 장사하고 번 돈에서 비용을 제하고 난 뒤에 세금을 낸다. 월급쟁이만 나라 편하라고 세금 미리 다 떼이고 월급을 받은 뒤 나중에 내돈을 돌려받으면서 좋아했다. 소득공제도 기업의 비용과 마찬가지로 자신과 가족의 삶을 지탱하기 위한 비용이다. 그런데 소득공제가 마치 특혜인 것처럼 줄여서 세금을 더 걷겠다고 했다. 이렇게 마련한 세금으로 기초연금을 주면서 국민연금을 성실히 부었다는 이유로 또 불이익을 주려하는 것이다.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말이 있다. 송(宋)나라에 저공(狙公)이 원숭이 수십 마리를 기르고 있었는데 식량이 동이 났다. 저공은 먹이를 줄이면서도 줄이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도록 꾀를 냈다. "'아침에는 도토리 세 개, 저녁에는 네 개'를 주려고 한다.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원숭이들은 저녁보다 아침에 하나 적으면 배가 고프다며 아우성쳤다. "아침에 네 개, 저녁에는 세 개로 하면 아침에 한 개를 더 많이 먹게 되는데 어떠냐?"고 다시 물었다. 원숭이들이 이번에는 모두 좋아했다.
정부는 소득공제 축소로 아침을 뺏아 가더니 이제는 국민연금을 이유로 기초연금이라는 저녁마저 앗아가려 하고 있다. 저공의 원숭이 대접도 받지 못하는 게 대한민국 월급쟁이들의 현실이다.
세종=최창환 대기자 choi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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